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자 지난 연말 저녁 정동진행 관광버스를 탔다.

인원이 많아 3대의 버스에 분승한 일행은 영동고속도로가 막힐 것으로 예상,
평창-정선-동해에 이르는 국도를 따라 갔다.

그런데 새벽2시께 우리일행이 탄 2호차가 고장 나 운행할 수 없게 됐다.

해오름을 보려면 일출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고장사실을 무선전화로 앞.뒷차에 알리고 고장차량 승객의 분승을 요청했다.

그런데 1호차 승객중 2~3명의 젊은이들이 출입문을 가로막고 합승을 거부
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서서가는 승객이 있으면 앉아가는 승객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결국 어린아이를 안고 타려는 승객마저 밀쳐 떨어뜨린채 출입문을 닫아버린
1호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할 수 없이 3호차에만 80여명의 인원이 합승, 콩나물시루가 됐다.

강원도의 가파른 고갯길을 서행으로 정동진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어린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웠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국민 도덕성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서글펐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역지사지"의 정신문화가 아쉽다.

< 조윤 전북 전주시 팔복동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