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쓰기에 편리하고 성능이 좋으면 잘 팔릴까.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인간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하고 매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기도 해야 한다.

성취욕을 채워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인간 본연의 "정서"에 얼마나 맞추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하드웨어(hardware)와 소프트웨어(software)만으론 안되는 까닭이다.

이제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마인드웨어(mindware) 개념이 반영돼야
한다.

그것이 인본사회의 상품성이다.

흔히 말하는 "고객감동"의 기본이치다.

과학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능은 거의 비슷해 졌다.

외양의 유려함도 거기가 거기다.

그래서 이젠 다른 욕망을 채워주어야 한다.

부분품을 스스로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제품에서 사람들은 성취감을
얻는다.

스스로 이루는 기쁨을 안겨 준다.

집에서 길러서 먹는 각종 채소도 나와 있다.

다마고치는 직접 기르게 해서 성공한 상춤이다.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은 변신이 안되면 안팔린다.

로봇이지만 자동차로 바꾸고 우주선으로도 개조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완성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성취감과 동시에 창조력을 발휘한다.

돈을 주고 구입했지만 자신이 만든 상품으로 느끼게 된다.

"더 빨리" 가는 자동차를 요구하는 건 스피드광 뿐이다.

부딪혀도 안전한 게 제일이다.

음주운전과 졸음을 쫓아내는 기능도 주문한다.

성능보다는 인간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 되는 변화다.

오래 쓸 수 있어야 된다는 인식은 진작에 사라졌다.

어차피 잠깐 쓰면 싫증이 나게 돼 있다.

잠시 쓰더라도 흡족해야 한다.

상품의 트랜드가 자연친화형으로 바뀌는 것도 인간중시의 선택이다.

베란다에 정원을 꾸민 아파트, 분해되는 프라스틱을 이용한 문방구, 썩는
비닐봉지를 주는 수퍼마켓, 화학약품 보다는 생약이 선호된다.

통나무집에 살고싶은 욕망은 누구나 한번 쯤은 느끼는 욕망이다.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홧술집"이 등장한 것도 마인드웨어 작동의 산물
이다.

첨단기술의 상징인 하이테크(high-tech)는 "우수한 기계"일 뿐이다.

인간과 대화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하이터치(high-touch)가 새 시대의
상품 컨셉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