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오후 2시10분 김포공항.

서울발 제주행 대한항공 예약승객 3백1명중 70명은 끝내 출발시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부도율 23%.

예약 담당자는 대기 탑승자를 채워넣느라 부산을 떨었다.

이륙시각은 당연히 지체됐고 정시에 탑승한 2백31명은 낯 모르는 사람과
항공사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빼앗겼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어정쩡한 연휴기간동안 대한항공의 국내선 예약부도율
은 17%.

예약객 15만2천9백여명중 2만2천2백여명은 전화 한통화 없이 약속을
팽개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보다는 나아졌지만 10% 미만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한창 높다.

부도율이 높다보니 항공사측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오버부킹(Over
Booking)"을 밥먹듯한다.

정원의 30% 정도를 초과해 예약을 받는것.

순진하게 정원만큼 예약을 받았다가 빈자리가 10석 이상 나게 되면
시말서 감이다.

추석이나 구정 때에도 일단 공항에 가면 자리를 구할 수 있는 "한국식
항공기 탑승"은 이래서 가능하다.

1급 호텔들도 예약부도로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

평균 부도율이 25%에 이른다.

예년에 비해 많이 나아진게 이 수준이라고 한다.

신라호텔의 경우 남는 빈 방 때문에 매달 1천5백만원 가량의 손해를 앉아서
보고 있다.

특히 7~8월과 12~1월 사이 패키지상품을 내놓는 경우 부도율은 30%까지
올라간다.

약관상 요금의 50%까지를 과태료로 물릴 수 있지만 이렇게 "막 가는" 호텔은
대한민국에는 없다.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외국손님 덕분에 수지를 맞춘다는게 호텔측의
얘기다.

예약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안지켜도 되는 것이 아니다.

2명 이상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회적 약속이다.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에 아무런 벌칙을 가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회가 예약부도를 조장하는 것 밖에 안된다.

철저하게 과태료를 물려 "취소전화 안한데 따른 교훈"을 깨닫도록해야 한다.

캐나다 주택금융공사에 근무하는 제이 타카씨(49.여)는 "예약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기본적인 예의"라며 "선진국의 경우 예약없이는 어떠한
사회활동도 할 수 없도록 체제화돼 있고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