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경기는 참가자가 규칙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고 능력을 발휘할 때
멋이 있고 보는이에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집착은 때로는 선수로 하여금 외부의 도움을 빌어
능력 이상을 발휘하고픈 유혹에 빠지게 하는 것 같다.

88년 서울올림픽 1백m달리기 결승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카나다의 벤 존슨은 바로 전해에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83초를
끊은 세계기록 보유자였다.

9.93초의 칼 루이스는 84년 올림픽때 육상서 4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의
간판 선수다.

9월24일 잠실 올림픽 메린스타디움서 열린 1백m결승전에는 8명의 선수가
나서 벤 존슨, 칼 루이스 영국의 린포드 크리스티 미국의 캘빈 스미스 등
4명이 10초안에 달렸다.

존슨은 자신의 최고기록을 무려 0.04초 단축한 9.79초의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카나다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그러나 그의 금메달은 박탈됐고 2위였던 루이스에 돌아갔다.

경기 2-3일 전에 복용한 스타나졸로라는 약물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검사팀이 찾아 낸 때문이다.

당사자에는 엄청난 수치였지만 KIST의 약물검출성공은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과 수준높은 검사능력을 과시한 쾌거였다.

"경기는 인간 본연의 능력으로 겨뤄야 한다"는 스포츠정신에 근거해
실시하게 된 도핑검사가 인간탄환의 능력에 스며있는 "거짓능력"을 찾아낸
것이다.

그후로 세계 1등급 수준이었던 우리의 도핑테스트 능력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정기검사서 2등급으로 조정됐다고 한다.

KIST측의 설명인즉 기기 대부분이 도입 10년을 넘어 수명이 다된데다, 둘째
정부가 연구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으며, 셋째 몇몇 체육단체
가 의뢰하는 검사수수료 수입으로 근근이 명맥만을 유지해오기 때문이라는
것.

1급 수준을 유지하는데 기기의 교체 말고도 유지관리에 연간 1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경위야 어찌됐든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2002월드컵대회를 생각해서라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