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식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GEPCOED0@hitel.NET >

우리 모두에게 고금리.고실업이라는 고통을 안겨 주었던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금년은 20세기의 "마지막 해"로 한세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1000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중요한 해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수사중의 하나, "마지막"이라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달, 마지막주, 마지막 일요일 등 우리들은 12월이 되면 매일 매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새삼스럽게 세월이 지나갔음을, 또 미래가 다가옴을
되새기게 된다.

우리들이 특히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은 뭔가 시간이 지남에 따른
아쉬움이 남기 때문일 것이며 남은 시간들을 더 열심히 살기 위해서 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국가적 위기는 기업.금융부실의 표출에 따른 대외신인도의
급격한 하락, 금융감독의 소홀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되었고
더 근본적으로는 지난 30여년간의 경제성장 추진과정에서 누적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정경유착.관치금융.부정부패.도덕적 해이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매순간 이것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반성하면서 살지 못하고 언제나 좋은 상황과 기회가
늘 함께 하리라는 착각이 문제를 만들게 된 것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만약 경제적.사회적 상황이 좋았을때에 좀 더 내실을 기하고 내일을
염려했다면 오늘과 같은 아픔은 강요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서는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만이 있을 뿐이다.

어제는 이미 우리에게 뼈아픈 고통을 남기고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불확실한 상태이며 단지 오늘만이 우리 앞에서 서서 우리의
선택과 노력을 기다리고 있다.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마지막을 보기전에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구시대적
사고와 관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변화하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 가는 사람일
것이다.

뼈아픈 고통을 안겨주고 지나간 어제를 되돌아 보면서 우리 모두가 오늘의
매 순간을, 그리고 매일 매일을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면 이 경제위기의 마지막 고비도 슬기롭게 이겨내리라고 생각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