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대상 기관에 따라 서로 다른 원칙과 조건이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형평과 책임분담의 원칙에 따라 공적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금융감독위원회가 스스로 형평에 맞지 않는 조건을 내거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인수은행과 해외투자자에 대한 정부지원 조건이 다르다 =5개 퇴출은행
인수조건과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조건을 비교해 보면 제일은행에 대한 국민
부담이 더 크다.

무엇보다 부실자산 보전조건에 있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6월 5개 은행을 퇴출시키면서 정부는 인수후 6개월이내에 발생하는
부실자산에 대해서만 보전해 주기로 했다.

협조융자방식으로 대출해준 자산과 리스자산에 대해서는 1년간 보증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일은행의 경우 계약체결후 1년간 발생하는 부실자산은
1백%, 2년까지는 일부를 보전해줄 방침이다.

부실자산에 대한 정의도 다르다.

5개 퇴출은행의 부실자산은 퇴출당시 기준인 6개월이상 연체대출(고정이하
여신)에 해당된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3개월이상 연체대출을 부실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의 부담이 퇴출은행때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소액주주 지분과 관련, 퇴출은행 주주들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고 제일은행
주주에게는 얼마라도 지급키로해 형평성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금융계는 이같은 이유로 "정부가 국가신용도만을 생각하고 해외투자자에게
헐값으로 제일은행을 넘겨 국민부담만 가중시키지 않았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 평화은행과 충북은행간 형평성 논란 =평화 충북은행은 둘다 작년 6월말
간신히 퇴출을 면한 처지.

그러나 평화은행은 정부가 출자지원을 약속해 홀로서기로 가는 반면
충북은행은 외자를 유치해도 합병하지 않으면 공적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금독위가 지난 5일 "충북은행이 추진중인 외자유치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은
없다"며 "정부지원은다른 은행과 합병할때만 가능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재정지원에 상응하는 감자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기 때문
이다.

정부는 그러나 합병이나 외자유치를 하지 않은 평화은행에는 상반기중
2천억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이런 "차별" 대우는 평화은행이 충북은행에 비해 모범적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을 이행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자본금을 완전감자한뒤 1천2백억원 증자를 요구받은 상황에서
평화은행은 작년 10월 이를 이행했으나 충북은행은 아직까지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은행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평화은행이 근로자은행이라는 상징성이 있는데다 한국노총이 대주주로
정부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어 원칙이 굴절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구조조정도 미흡하다 =30% 안팎의 직원과 조직을 줄여야 했던 은행들은
통합금융감독원의 구조조정에 실망하고 있다.

인원감축규모가 40명 안팎에 불과하고 조직도 별로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그 정도로 어떻게 피감독기관의 모범이 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에 대해선 가혹할 정도의 고통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종전과 달라질게 없는 "덩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