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로 촉발된 좌파와 우파에 관한 논쟁은
지난해 세계 정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노르베르토 보비오의 "제3의 길은 가능한가:좌파냐
우파냐"(박순열 역, 새물결)는 그 논쟁과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책이다.

이 책은 기든스의 "제3의 길"보다 앞선 지난 94년 이탈리아 총선 직전에
처음 선보였다.

"좌파와 우파:정치적 구분의 중요성"이란 원제를 바꿔 이 시점에 번역돼
나온 것은 "제3의 길 열풍"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사회 체제에 관한 저자의
논리정연한 주장은 상업주의란 선입관을 떨쳐내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최근들어 점차 시대착오적인 태도로 인식되고 있는 좌.우파의 구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좌.우파는 고정된 이념 체계가 아니라 세대마다 변화하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좌.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평등과 불평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평등.불평등의 축과 자유.권위주의라는 또 다른 축의 결합에 따라
극우, 온건우익, 온건좌익, 극좌 등 4가지 정치 형태가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어떤 정치 조직이든 모든 정책 결정은 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