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외환은행을 살리기 위해 대주주인 한은이 직접 출자하라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요청이 새해들어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 총재는 한은이 직접 출자하는것은 곤란하다며 버티고 있지만 비난의
화살은 한은에 쏟아지고 있어 고민만 깊어질 뿐이다.

전 총재가 외환은행에 대한 한은의 직접출자를 반대하는 논리는 선명하다.

한국은행법이 영리법인에 대한 한은의 출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버티는 한은을 설득하기 위해 법적인 장애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한은에 보냈다.

하지만 한은은 재경부의 유권해석에 의존할수 있는 재경부 산하기관이
아니라는 입장.

때문에 직접 법률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결과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다고 한은이 외환은행을 완전히 외면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한은은 절충안으로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간접(우회)출자하겠다는 타협안을
재경부와 금감위에 내놓았다.

전 총재가 직접출자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국제신인도 문제.

중앙은행이 개별 은행들에 자금을 빌려줄 수는 있지만 직접 출자하는 곳은
선진국의 어느 곳에도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재경부와 금감위는 한은의 직접출자를 고집하고 있다.

이규성 재경부장관과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의지가 강하다.

대주주로서의 책임이나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동참을 직접 출자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한은의 요청대로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출자하면 다른 시중은행들처럼
감자(자본금 줄임)를 해야 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도 직접 출자가 불가피
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재경부는 직접 출자를 못하겠다는 한은의 의지가 중앙은행으로서의
정책적 판단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단지 법적인 문제라면 이미 해결해 줬다며
한은을 몰아붙이고 있다.

해묵은 외환은행 증자 문제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연합군 대 한은간의
다툼으로 너무 많이 진행돼 버렸다.

어느 쪽이 쉽게 굽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은행 독립여부를 가름하는 잣대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전 총재의 "고민"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