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IMF관리체제로 대변되는 한국경제의 축소판이었다.

어느 분야보다 고통이 심했고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도 거셌다.

시장을 들여다보면 한햇동안 부침을 거듭했던 우리경제의 실상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사상 초유의 자산디플레이션 진원지가 바로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IMF체제로 접어들자마자 부동산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택가격이 30%이상 떨어지고 토지가치는 무려 5백58조원이나 폭락했다.

전세금과 금융기관 융자금을 빼면 오히려 집값이 이보다 낮은 깡통주택이
속촐했다.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는 주택업체의 대량 부도사태를 몰고 왔다.

이는 부동산시장을 떠받치고 있던 부동산신탁사 주택사업공제조합의 부실로
이어져 입주를 앞둔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사두기만 하면 오른다는 "부동산 신화"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진 한해
였다.

-----------------------------------------------------------------------

<>새로운 시장질서가 짜여지고 있다 =거품이 제거되면서 주택시장이 수요자
위주로 바뀌고 있다.

아파트를 당첨받으면 그 자리에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등식이
깨지면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은 옛 이야기가 됐다.

또 아파트분양가 자율화 등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새판이 짜여지는 조짐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주택업체들의 경쟁은 거의 전쟁이다.

분양가를 깍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중도금 전액무이자대출, 중도금 전액
잔액대체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잇따라 내걸고 있다.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이사비용을 지원하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마감재도 빌라수준으로 꾸미고 있다.

샤워부스 원목마루판 시스템치킨을 갖춰야 분양시장에서 명함을 내밀수
있을 정도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시장질서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일반수요자와 기업 모두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먼저 일반수요자들 사이에 생활수준에 맞춰 집크기를 줄이려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또 막연한 땅값상승 기대심리가 수그러드는 대신 수익성과 환금성을 따지는
수요자들의 안목도 크게 높아졌다.

투자자 스스로 전세나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목돈을 받아 부동산에 재투자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자금흐름을 선순환시키는 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의 마인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짓고 보자는 식이 아니다.

과거엔 경쟁적으로 아파트부지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이 토지매입에 잠기면서 기업경영을 악화시키는 주요인
이 됐다.

이제는 제몸에 맞는 사업, 분수에 맞는 사업규모를 신중히 따질 정도가
됐다.

<>건설경기부양에 정부가 팔을 걷어 부쳤다 =정부는 연일 양도세면제,
그린벨트 해제, 청약자격 완화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고 각종 부양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면 풀것은 모두 풀겠다는 적극적인 자세이다.

내년에는 집값의 30%만 내면 집을 산 후 나머지는 20~30년 할부로 갚을 수
있는 주택저당채권(MBS)제도도 도입한다.

또 중도금지원 규모로 늘려 연리 11%, 3년거치 10년 상환으로 최고 5천만원
까지 대출되는 중도금지원자금을 4조원 가까이 풀 계획이다.

<>시장이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아파트값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경기부양효과로 지난 11월을 고비로 소폭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달 중순에는 서울 수도권지역 아파트값이 한달만에 2천만~3천만원 뛰는
등 회복세가 완연하다.

서울강남 목동 분당신도시 등 블루칩지역에선 호가가 급상승하며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분양시장도 일부지역이긴 하지만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10일 공급된 평촌신도시 현대아파트의 경우 2.5대 1의 경쟁력을
기록하며 2시간만에 동이 났다.

분양받기 위해 전날 오후 6시부터 심부름센터 직원을 보내 줄을 서는
이상열기를 보이기도 했다.

SK건설의 "북한산 시티"는 선착순 분양에서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 33평형
B타입의 경우 8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는 등 분양시장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98부동산정책 일지 ]]

<>1월30일 =토지거래 허가구역 대폭 축소
<>2월1일 =공공주택 분양가 자율화
<>3월17일 =외국인의 토지 투자 개방
<>4월1일 =재당첨제한 완화
<>4월7일 =토지개발공급업 토지임대업 전면개방
<>4월20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해제
<>5월6일 =전세금 반환지원자금 융자 결정
<>5월8일 =민영아파트 분양가자율화
<>5월22일 =전용 85평방m 이하 신축주택구입 5년간 양도소득세면제 및
취득.등록세 25% 감면
<>6월1일 =오피스텔 건축기준 완화
<>6월11일 =전매제한 및 주택조합원자격요건완화
<>7월1일 =분양주택 중도금 대출 개시
<>7월21일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폐지 및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8월27일 =분양권 전매 허용
<>10월8일 =용인 죽전 등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11월12일 =분양아파트 미등기 전매허용
<>11월24일 =그린벨트제도 개선 시안 발표
<>11월25일 =그린벨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