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가 반도체빅딜 외부 컨설팅회사인 ADL(아서D리틀)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키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간의 반도체 부문 합병은 경영주체 선정기관
인 ADL과 LG반도체간의 법정투쟁으로 비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당초 약속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LG반도체에
대해 여신중단과 회수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어 반도체
경영주체 선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구본준 LG반도체 사장은 27일 LG영동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DL이
반도체 경영주체선정에 대한 보고서를 자의적으로 작성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구 사장은 "소송제기를 위해 현재 회사 고문변호사가 관련서류를 작성중
이며 소장은 우리나라 법원은 물론 ADL 본사가 있는 미국법원에도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DL이 불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자료를 사용했다"며 민법상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하고 증빙자료가 마련되면 불법행위에 의한
형사소송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금융제재와 관련 "합병이 안되는데 대한 귀책사유가 ADL에 있기
때문에 오는 28일 채권단회의가 열리더라도 금융제재결정이 내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혀 법정에서 귀책사유를 끝까지 밝힐 것임을 분명히 했다.

LG반도체 경영기획담당 김낙주 상무보는 이날 함께 발표한 ADL 보고서
반박자료에서 15개 평가항목 가운데 8개 항목에서 현대전자가 앞선다는 ADL
보고서 내용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10가지 항목에서 LG반도체
가 앞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무제표의 경우 현대는 98년 9월까지의 비공식 추정치, LG는 98년
상반기 공시실적을 사용해 LG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평가했고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전자의 해외법인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LG측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청와대는 "업계 자율로 결정된 사안인만큼
반도체 빅딜은 합의한 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대변인은 이날 "반도체 빅딜은 당초 약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관계자도 "지난 7일 정재계간담회에서 25일까지 경영
주체를 선정키로 한 합의는 유효하다"며 LG와 현대는 간담회에서 작성된
합의문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출장을 마치고 27일 오후 귀국한 구본무 LG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통합법인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는
못했으나 ADL의 평가보고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날 금융제재가 시작될 경우의 대응방안 등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으나 LG반도체의 ADL 제소방침 발표와 관련한 질문에는
이렇게 짧게 답변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