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새해부터 집단.복수 심사제도를 가동하는 등 여신제도를 개편
하는 은행이 잇따르고 있다.

자금 지원 여부를 대한 은행장및 임원의 전결권을 없애고 위원회 제도 등
집단.복수 심사를 통해 부실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기업의 금융거래 관행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선 이같은 하드웨어 도입 못지 않게 인사 등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뒤따라야 기업과의 금융거래가 원활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27일 미국 보스턴컨설팅사와 공동으로 마련한 여신관행 혁신
방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여신관리의 전문화를 위해 산은은 우선 거래기업의 각종 위험을 분석.심사
하는 전문심사역(CO:credit officer)과 거래고객을 관리하는 고객담당역
(RM:relationship manager)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책임자가 대출상담, 심사, 사후관리 등을 전담해 왔으나 앞으론
CO와 RM 쌍방의 합의가 있어야만 여신지원이 가능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산은은 이와 함께 여신심의위원회와 새해 신설할 신용위원회에 여신 결정권
을 부여키로 했다.

신용위원회는 여신심의 최고의결기관으로 사외이사와 기획본부장,
대.중소기업본부장 등으로 구성된다.

또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각 위원들의 발언내용 을 기록, 관리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총재의 여신전결권을 폐지한데 이어 부총재및 이사의 전결권도
신용위원회와 기존의 여신심의위원회에 넘기도록 했다.

이에앞서 조흥은행은 담당심사역 신용조사역과 함께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소기업
대출 외부전문가 심사제도를 운영중이다.

외부 전문가에게 대출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외환은행도 비상임이사로 구성된 리스크정책위원회를 설치, 대출에 대해
평가키로 했다.

신한 하나 등도 RM제도의 도입등 여신심사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복수.집단심사제도가 초보단계에 불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금융계는 지적하고 있다.

여신위원회 위원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에 비해 소극적인데다 전문성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신심사와 관련, 임원진의 영향력도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간부는 "은행장이나 여신담당 상무가 단순히
검토해 보라고 지시해도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