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의신배주
홍니소화로
만래천욕설
능음일배무

부글부글 술독에 이제 막 술이 익었고/화로에 벌겋게 불도 피워 놓았네/
오후 들어 눈이 내리려나 보네/여보게 한잔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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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백거이가 그의 친구 유십구에게 보낸 초대장 내용이다.

참으로 알뜰하고 정겹다.

문유십구라는 제목의 시이다.

좋은 술, 아늑하고 따뜻한 장소, 그리고 술맛 댕기는 시간...

연말연시에 술을 마시게 되는 기회가 많다.

대개의 경우 직장 동료와 어울리는 망년회, 신년 축하회 등 공식적인 자리
이고, 마시는 술도 큰 회사의 상표가 붙은 것들이다.

그리고 모임을 알리는 것은 이쪽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회람공문이거나
전화통지이기가 일쑤다.

이제 우리의 술 문화도 격을 좀 높여나가야 할 때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