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감정사 김안수(44)씨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사람"이다.

일반인들은 한두개 가지고 있을까 말까한 귀한 다이아몬드를 하루에도
수십개씩 아무렇지 않게 주무른다.

"17년전 처음 보석 감정사의 길로 들어섰을때만 해도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감정할 때마다 흥분된 마음을 억누를수 없었죠. 하지만 이젠 담담해졌어요"

현대보석감정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국내 다이아몬드 감정의 권위자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감정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어느 곳에서도 믿을수 있는
보증서로 통한다.

다이아몬드 등급 분류의 세계표준인 GIA(미국보석학회) 기준을 충실히
지키는 감정사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그런 까닭에 그의 감정원에 맡겨지는 보석의 99%가 다이아몬드다.

지난 80년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며 고시를 준비하던 김 원장은 미국에
있던 친척으로부터 보석감정사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듣게 된다.

80년대 미국 경기의 상승세와 함께 보석 수요가 늘면서 보석감정사가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보석감정에 대한 별다른 인식이 없었던 터였다.

그는 한국에서도 경제가 발전하면 보석감정사 분야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판단, 82년 방향을 틀어 GIA 통신교육과정에 등록했다.

"GIA 한국분교가 개설되기 전이라 미국에서 국제 우편으로 교재를 받아
공부하고 일본분교에 가서 실습을 하는 힘든 시절이었죠. 실습 재료도
지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어요. 일본을 일곱차례나 드나들며 실기수업을
받고 시험을 치렀죠"

영어.일본어로 된 원서와 실험기구를 붙잡고 씨름한 끝에 GIA가 인정하는
보석감정사인 GG 자격증을 따냈다.

보석 감정을 하다보면 웃지못할 일들도 많이 겪게 된다.

모조품인 큐빅을 들고와서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다이아몬드라고 거짓말을
해달라고 통사정하는 신랑이 있는가 하면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가짜라는 판정을 받고 황당해 하는 며느리 등 감정원
안에서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김씨와 같은 보석감정사엔 한가지 공통된 습관이 있다.

사람을 만나면 목이나 손가락부터 먼저 보는 것이다.

목걸이, 반지 등을 곁눈질로 대충 보기만 해도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가려낼
정도다.

하지만 이런 프로들에도 골칫거리가 있다.

정교한 모조제품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진짜같은 가짜가 많아져 보석감정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씨도 지난 여름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모조 다이아몬드인 "모이사나이트"
로 피해를 볼뻔한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모이사나이트"는 경도나 구조가 천연 다이아몬드와
흡사해 전문 감정사들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6월께인가 저에게도 감정 의뢰가 들어왔어요. 오랜 시간 감정 끝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감정을 거절했는데 한달쯤 후 사건이 터지더군요.
모이사나이트였던 거죠"

김씨는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욱 빈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위해 보석감정사들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보석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인식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말한다.

보석은 단순한 사치재가 아니라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예술품이라는 주장이다.

"보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해요.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만큼 보석 감정사가 해야 할 일도 많겠지요"

김 원장은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최근의 경기 침체를 고려한 "IMF형
다이아몬드"를 권유한다.

최상급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약간 낮은 등급의 다이아몬드라도 충분히
상품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0.3캐럿 기준으로 40만원대면 예물용 다이아몬드 반지를 마련할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빛나는 다이아몬드라도 전하는 사람의 소중한 마음보다 더
아름다울순 없겠죠. 중요한 것은 마음이니까요"

다이아몬드 전문가인 그가 당부하는 말이다.

< 박해영 기자 bo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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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아몬드 감정 순서도 ]

(1) 세척 및 육안검사
(2) 마스터스톤과 비교해 색상 판정
(3) 현미경으로 투명도 판정
(4) 연마상태 측정
(5) 중량측정
(6) 직경 및 높이 측정
(7) 자외선 형광반응 검사
(8) 종합판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