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화가치 관리에 나서며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큰 폭의 등락을
보였다.

한때 달러당 1천1백86원을 기록, 장중 올 최고치(1천1백85원)에 접근했던
원화가치는 정부의 개입으로 일시적으로 1천2백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원화가치가 뛰어오르자 인수합병 은행에 대한 부실
외화자산 정산시기를 당초 28일에서 23일로 앞당기겠다고 밝히면서 구두
개입을 시작했다.

정산시기를 앞당기면 은행들은 새로 7억달러를 시장에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원화가치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

재경부 개입 즉시 원화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그런 개입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환딜러들은 무디스사가 한국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 관찰 대상에 올려놓은 것을 계기로 전반적으로 원화절상
기조를 예상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외환수급도 함께 좋아질 것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원화가치는 최근 2주간 1천2백~1천2백20원에서 등락을 거듭해 왔다.

원화가치가 1천2백원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외환당국이 개입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면서 1천2백원은 마치 한계선과도 같았다.

몇번 1천2백원을 깨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도 간접방식으로 꾸준히 개입했던게 사실이다.

재경부가 국내은행의 외화부실채권을 사겠다고 한 것이나 한국은행이 포철
의 DR(주식예탁증서) 매각자금 3억달러를 사들인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 수시로 창구지도 형태로 구두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디스사가 한국신용등급을 3개월안에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분위기는 달라졌다.

외환딜러들은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 내년 상반기중 원화절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 은행 황희정 팀장은 "원화가치의 지나친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지
를 감안하면 연말까진 달러당 1천2백원 수준이 유지되겠지만 내년초엔
1천1백50원대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김진규 지배인도 "시장에선 원화가치가 점진적으로 절상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나오면 일시적
으로 1천2백30~1천2백40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이와는 다른 견해를 밝혀 관심을 끈다.

한 외환당국자는 "시장에 잠재된 물량도 있고해서 원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연말결제 수요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