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세계무역대란이 일어난다"

올해가 세계금융위기의 해였다면 내년은 세계무역위기의 해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4일 일본및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며 무역전쟁을
불사하고라도 해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해외시장 개방을 대외정책의 제 1순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바나나무역 문제로 유럽연합(EU)과 무역전쟁 일보직전에 있는
터여서 미국의 행동이 비상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강경입장=최근들어 미국 고위관리들의 무역전쟁불사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데이비드 아론 미국 상무차관은 14일 "무역 문제가 내년 국제정책의
"넘버1"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제전략연구소(ESI)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교역상대국들의
시장폐쇄로 미국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무역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과 중국을 직접 거명하면서 양국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무역분쟁을 겪게 될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머스 폴리 주일 미국대사도 이날 미.일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내년에 무역마찰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윌리엄 데일리 미국 상무장관이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최대인 2천4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무역적자 감축이 내년 미국
통상정책의 최대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일련의 발언들은 앞으로 통상법 301조를 앞세워 해외시장 개방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미국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교역상대국들간의 무역분쟁 발발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년 미국의 공략 대상 1호는 단연 일본과 중국이다.

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올해 각각 6백억, 7백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EU와 바나나무역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정대로 내년 2-3월에 미국이 EU상품에 대해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EU간 대서양 무역전쟁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이밖에 반도체와 철강분야에서 한국 러시아 브라질 대만 등
개도국들과도 마찰을 빚고있다.

이런 정황들이 모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무역 대란 가능성을 높여놓고
있는 것들이다.

<>무역전쟁의 영향=무엇보다 국제교역위축과 그로 인해 세계경제회복이
지연된다.

올해 세계상품 교역량은 5조6천억달러로 신장률이 예년의 절반정도인 4%에
그칠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추정하고 있다.

내년에도 신장률이 4-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역분쟁이 심화될 경우 교역증가율은 이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게 통상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 하나 예상되는 영향은 엔고상황이다.

미국은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강세
(엔강세)를 유도하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전문가들은 이경우 내년에 달러당 1백엔-1백10엔대의 엔고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