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최근 배관재 전문
업체인 에이콘(대표 이영찬)의 아산공장을 찾았다.

에이콘이 폴리부틸렌(PB)으로 만든 파이프와 연결구에 대한 구매 실사를
나온 것.

"2억원어치의 첫 주문이 예상됩니다. 물량이 크지 않지만 일본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구축한다는데 의미가 있지요"

이영찬 사장은 "올해초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며
"내년에 일본에만 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이 회사 수출액이 3백만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일본 시장은 파이프 가격이 국내보다 3배이상 비싼데다 인구도 많아 한국
시장의 10배 규모에 달한다는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일본의 10대 재벌중 절반이상이 PB파이프 생산에 참여하고 있어 발
붙인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을 인정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PB파이프와 연결구는 이미 국내 2백50만가구, 해외 1백만가구에
공급될 정도로 품질력을 입증받은 상태다.

에이콘은 지난 89년 창업하면서 유럽최대의 건자재회사인 영국의 헵워스사
의 특허기술을 도입, 이 배관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파이프를 밀어 넣기만 하면 연결되도록 설계된 연결구.

이후 이 기술을 모방한 연결구가 국내에도 수차례 나왔으나 제품하자로
생산업체가 대부분 도산했다.

이 연결구를 사용하면 배관인력이 10분의 1로 줄어 시공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에이콘은 단순한 기술도입에서 벗어나 연결구의 모든 부품을 자체 개발,
헵워스사에 역수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대표적인게 핵심부품인 오링.

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작년초 WRC(세계음용수협회)로부터 공인을
받았다.

영상 95도~영하 40도에서도 1백년동안 변하지 않는 무독성을 인정 받은 것.

4번이나 불합격 받은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에이콘은 이외에도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실용신안 등 등록한 지식재산권만 해도 80여종.

매년 2개이상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부터 공급을 시작한 수전구(수도꼭지와 파이프 연결장치)를 비롯
온수분배기 헤더 등은 나오자 마자 건설자재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아산공장에서 파이프를 생산할때 아예 보온재를 덧씌우는 공정을
개발했다.

덕분에 시공업체는 물류비와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에이콘도 경제위기에 따른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도난 어음이 8억원이나 되고 상당수 아파트 공사의 중단으로 제때
물량을 공급할 수 없게된 것.

하지만 수출증대를 통해 예년 수준의 매출(1백70억원)을 유지, 불황을 이겨
나가고 있다.

요즘 이영찬 사장의 일과는 주로 수출업무와 관련돼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던 바이어들을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엔 올여름 양쯔강 홍수로 곤욕을 치른 중국에 간이주택을 짓는데
에이콘의 배관재를 쓰기로 중국당국과 합의했다.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 사장은 "수출국을 현재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 8개국에서
매년 2개이상씩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