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경제백서-기업] 조기 구조조정 : '빠르고 과감한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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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말 청와대에는 구조조정 모범생 13개 기업이 초청됐다.
우량성적을 거둔 비결도 기업숫자만큼이나 다양했다.
주력사업 집중, 탄탄한 재무구조, 제휴를 통한 기술이전...
그러나 이중 9개 기업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알짜사업을 팔아치웠다는 점이었다.
"빠르고 과감한 매각".
IMF체제이후 재계의 구조조정 슬로건이 돼버린 이 문구를 실천한
기업들이었다.
구조조정 스타로 불리는 OB맥주의 박용성 회장은 "나한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알토란같은 사업을 내놓아야 팔린다는 말이다.
요즘 재계에서 이 말을 모르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재계를 지배해온 법칙은 "대마불사"였다.
기업들은 모두 덩치키우기에 매진했다.
그래야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는게 국내 기업풍토였다.
기업을 팔고 사업을 줄이는 것은 회사문을 닫는다는 뜻이었다.
독자 경영권의 포기는 곧 사망신고서 제출로 받아들여졌다.
이것이 근대화이후 지난 30여년간 재계의 철칙이었다.
그러나 IMF체제이후 게임룰은 1백80도 바뀌었다.
이제 누가 빨리 새 룰에 적응하느냐의 경쟁무대가 됐다.
"신속"과 "과감"이 IMF체제이후 구조조정의 키워드로 부상한 것이다.
이들 구조조정 모범생들의 비결도 바로 신속하고 과감한 "마인드
구조조정"에 있었다.
"성역"을 허물고 실익없는 "전통"에서 깨어나는 일.
알짜사업을 매각한 기업들은 이런 발상전환을 해낸 대가로 구조조정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경영의 혁명가들이다.
"성역"을 허물고 "전통"이란 환상도 깼다.
기업의 모태를 팔고 몸통을 자른 기업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IMF위기에서 벗어나는 키워드로 "과감"을 선택한 기업들이다.
로케트 건전지.
이 브랜드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로케트 전기에는 심장이나 다름없는 사업이다.
로케트 전기는 바로 이 심장을 떼내 외국기업에 빌려줬다.
"로케트 건전지"의 상표권과 영업권을 미국 질레트사에 7년간 임대하는
형태로 6천만달러를 수혈했다.
한솔은 수익성 앞에서 "전통"은 무의미하다는 교훈을 실천했다.
한솔의 모태는 전주제지.
지금의 한솔제지다.
그러나 한솔은 이 전통사업에도 외국자본을 끌어들였다.
캐나다의 아비티비 콘솔리데이티드와 노르웨이의 노르스케 스코그에
10억달러를 받고 지분 66%를 내줬다.
재계에 "성역없는 구조조정"의 교훈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준 기업은
역시 두산.
서울 영등포의 맥주공장은 지난 33년 OB맥주가 출범한 발상지다.
두산은 이 땅을 팔아치웠다.
"전통의 일부"라는게 회사를 살리는데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포기한 기업도 많다.
대상이 독일 바스프에 매각한 라이신사업의 매출 이익률은 무려 50%.
1백원어치를 팔면 50원이 남는 장사였다.
지난해만해도 2억달러어치의 라이신을 수출, 1억달러의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주력사업을 살리기 위해 캐시카우도 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한화기계의 베어링사업이나 두산의 음료사업도 마찬가지다.
한화의 베어링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2천7백92억원에 경상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40%로 내수시장을 독주하는 황금사업이었다.
두산의 음료사업 역시 지난해말 그룹의 누적적자가 1천억원에 달하는
가운데서도 36억원의 당기순익을 안겨준 효자사업이었다.
"신속"이란 키워드로 위기를 벗어난 기업도 있다.
"한발 앞서"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5년 외국계 컨설팅업체로부터 경영자문을 받고
화이트칼라 생산성 분석에 착수했다.
현대는 당시 수출호조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지만 "구조조정은 호황기에"라는
교과서를 실천했다.
덕분에 IMF경제위기가 닥치던 97년말 즉각 화이트칼라 구조조정에 돌입,
본사인원을 30%나 감원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최악의 자동차 경기와 기아인수라는 혼란을 겪으면서
적자를 면할 수 있었던 것도 앞선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미국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은 저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에서
"전략적 변곡점"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사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시점.
이 시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가른다는게 그로브 회장의
논지다.
기업의 대응에 따라 전략적 변곡점은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의
종말을 알리는 전조가 될 수도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IMF시대도 국내기업들에는 커다란 전략적 변곡점이었다.
이 변화의 시기를 빨리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업이 구조조정이후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21세기는 변화의 시대다.
변화의 시대에는 통념과 전통을 깨는 반란자가 승리한다.
미국 GE의 잭 웰치 회장이 회사의 모태인 소형가전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을때 회사 안팎에서는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웰치 회장의 구조조정 기준은 단순하고도 명확했다.
바로 "수익성"이었다.
수익성앞에서는 전통도, 성역도 소용이 없었다.
통념을 뒤집는 웰치 회장의 이런 "반란자"기질이 오늘날 그를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이런 반란은 남들보다 앞서 전략적 변곡점을 감지하는 능력에서 가능했다.
알짜기업을 내다팔고 한발앞서 구조조정을 실천하는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
우량성적을 거둔 비결도 기업숫자만큼이나 다양했다.
주력사업 집중, 탄탄한 재무구조, 제휴를 통한 기술이전...
그러나 이중 9개 기업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알짜사업을 팔아치웠다는 점이었다.
"빠르고 과감한 매각".
IMF체제이후 재계의 구조조정 슬로건이 돼버린 이 문구를 실천한
기업들이었다.
구조조정 스타로 불리는 OB맥주의 박용성 회장은 "나한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알토란같은 사업을 내놓아야 팔린다는 말이다.
요즘 재계에서 이 말을 모르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재계를 지배해온 법칙은 "대마불사"였다.
기업들은 모두 덩치키우기에 매진했다.
그래야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는게 국내 기업풍토였다.
기업을 팔고 사업을 줄이는 것은 회사문을 닫는다는 뜻이었다.
독자 경영권의 포기는 곧 사망신고서 제출로 받아들여졌다.
이것이 근대화이후 지난 30여년간 재계의 철칙이었다.
그러나 IMF체제이후 게임룰은 1백80도 바뀌었다.
이제 누가 빨리 새 룰에 적응하느냐의 경쟁무대가 됐다.
"신속"과 "과감"이 IMF체제이후 구조조정의 키워드로 부상한 것이다.
이들 구조조정 모범생들의 비결도 바로 신속하고 과감한 "마인드
구조조정"에 있었다.
"성역"을 허물고 실익없는 "전통"에서 깨어나는 일.
알짜사업을 매각한 기업들은 이런 발상전환을 해낸 대가로 구조조정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경영의 혁명가들이다.
"성역"을 허물고 "전통"이란 환상도 깼다.
기업의 모태를 팔고 몸통을 자른 기업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IMF위기에서 벗어나는 키워드로 "과감"을 선택한 기업들이다.
로케트 건전지.
이 브랜드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로케트 전기에는 심장이나 다름없는 사업이다.
로케트 전기는 바로 이 심장을 떼내 외국기업에 빌려줬다.
"로케트 건전지"의 상표권과 영업권을 미국 질레트사에 7년간 임대하는
형태로 6천만달러를 수혈했다.
한솔은 수익성 앞에서 "전통"은 무의미하다는 교훈을 실천했다.
한솔의 모태는 전주제지.
지금의 한솔제지다.
그러나 한솔은 이 전통사업에도 외국자본을 끌어들였다.
캐나다의 아비티비 콘솔리데이티드와 노르웨이의 노르스케 스코그에
10억달러를 받고 지분 66%를 내줬다.
재계에 "성역없는 구조조정"의 교훈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준 기업은
역시 두산.
서울 영등포의 맥주공장은 지난 33년 OB맥주가 출범한 발상지다.
두산은 이 땅을 팔아치웠다.
"전통의 일부"라는게 회사를 살리는데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포기한 기업도 많다.
대상이 독일 바스프에 매각한 라이신사업의 매출 이익률은 무려 50%.
1백원어치를 팔면 50원이 남는 장사였다.
지난해만해도 2억달러어치의 라이신을 수출, 1억달러의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주력사업을 살리기 위해 캐시카우도 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한화기계의 베어링사업이나 두산의 음료사업도 마찬가지다.
한화의 베어링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2천7백92억원에 경상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40%로 내수시장을 독주하는 황금사업이었다.
두산의 음료사업 역시 지난해말 그룹의 누적적자가 1천억원에 달하는
가운데서도 36억원의 당기순익을 안겨준 효자사업이었다.
"신속"이란 키워드로 위기를 벗어난 기업도 있다.
"한발 앞서"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5년 외국계 컨설팅업체로부터 경영자문을 받고
화이트칼라 생산성 분석에 착수했다.
현대는 당시 수출호조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지만 "구조조정은 호황기에"라는
교과서를 실천했다.
덕분에 IMF경제위기가 닥치던 97년말 즉각 화이트칼라 구조조정에 돌입,
본사인원을 30%나 감원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최악의 자동차 경기와 기아인수라는 혼란을 겪으면서
적자를 면할 수 있었던 것도 앞선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미국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은 저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에서
"전략적 변곡점"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사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시점.
이 시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가른다는게 그로브 회장의
논지다.
기업의 대응에 따라 전략적 변곡점은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의
종말을 알리는 전조가 될 수도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IMF시대도 국내기업들에는 커다란 전략적 변곡점이었다.
이 변화의 시기를 빨리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업이 구조조정이후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21세기는 변화의 시대다.
변화의 시대에는 통념과 전통을 깨는 반란자가 승리한다.
미국 GE의 잭 웰치 회장이 회사의 모태인 소형가전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을때 회사 안팎에서는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웰치 회장의 구조조정 기준은 단순하고도 명확했다.
바로 "수익성"이었다.
수익성앞에서는 전통도, 성역도 소용이 없었다.
통념을 뒤집는 웰치 회장의 이런 "반란자"기질이 오늘날 그를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이런 반란은 남들보다 앞서 전략적 변곡점을 감지하는 능력에서 가능했다.
알짜기업을 내다팔고 한발앞서 구조조정을 실천하는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