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백억원, 지난해 대비 18% 증가.

수출 5천만달러, 42.9% 신장.

순이익 20억원, 무려 10배로 급증.

중견 전선업체인 극동전선(대표 최병철)의 올해 성적표(추정)다.

전선업체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영업실적이다.

극동전선이 "불황속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박용 전선에 특화해 이 부문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

말하자면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선박용 전선은 월평균 약 2백만m.

세계 최대규모다.

극동전선의 선박용 전선 세계시장 점유율은 무려 28.9%(97년 기준).

특히 조선 강국인 한국과 일본시장을 각각 47.2%와 15.8%씩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동전선이 선박용 전선으로 눈을 돌린 것은 지난 80년대초.

69년 설립 당시부터 전력용 전선을 주로 만들어온 이 회사로서는 일대
모험이었다.

게다가 그 때는 전력용 전선이 만들기만하면 팔릴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
이었다.

"70%이상을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일반 전선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최병철 사장)

극동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선박용 전선에 승부를 걸었다.

비슷한 시기에 선박용 전선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된 것도 이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선정케 하는데 기여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은 필요악"이라는 최 사장은 그 덕에 대기업의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고 세계 일류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MF에 흔들리지 않는 극동전선의 "파워"는 그동안의 수출확대 과정에서도
축적됐다.

이 회사의 선박용 전선 수출은 일본 전선업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을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의 무리한 클레임제기로 중도에 방향을 수정했다.

기술만큼은 자신있다는 판단아래 중국시장을 먼저 공략하기로 수출전략을
바꾼 것.

이 회사는 일본과 유럽업체를 제치고 중국 시장점유율 60%를 기록하는
최대 공급업체로 떠올랐다.

중국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극동전선은 일본에 재진출 했다.

그것도 OEM이 아닌 독자브랜드로.극동전선은 일본 10대조선소에 제품을
공급하며 현지시장 점유율을 15.8%까지 끌어올렸다.

극동전선은 올해 선박용 전선을 5천만달러어치 수출한데 이어 99년 1억달러,
2000년에는 1억3천만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물론 극동전선도 선박용 전선 시장에 진출한 뒤 시련을 겪은 적이 있다.

90년대초 조선경기 위축으로 덤핑수주가 성행, 조선업체들로부터 가격인하
압력이 거세졌던 것.

동종업체인 연합전선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진로그룹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위기상황이었다.

극동은 이때의 위기를 몸으로 부딪치는 기술개발과 노사화합으로 넘겼다.

불에 안타는 무독성 난연전선의 국산화로 진입장벽이 높은 이 시장에서
일약 세계적인 업체로 클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한 것이나 진천공장에서
가동중인 2개 생산장비를 직접 제작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극동전선은 지난해 LAN(구역내통신망)용 전선이라는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분야는 AMP Belden 등 외국업체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기며 장악하고
있던 시장.

미국 UL마크를 획득할 만큼의 고품질 전선을 개발한데 이어 최근엔 세계
일류급인 카테고리 6급 전선까지 개발했다.

LAN용 접속자재를 생산하는 미국의 허벨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할 채비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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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독전선 선박용전선시장 점유율 ]

<> 일본 :15.8%
<> 한국 :47.2%
<> 중국 :68.7%
<> EU :0.6%
<> 기타 :52%
<> 세계 :28.9%

* 97년 기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