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과도한 부채를 어떻게 줄이느냐
는 점이다"

"한국의 구조조정은 기업 자율보다 정부 강요로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부채해소를 꼽았다.

ING베어링증권의 빌 헌세이커 조사담당 이사는 "기업 사활이 걸린 문제"
라면서 "따라서 자산매각이나 M&A를 활발히 전개해 빚덩이를 줄여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유럽계 은행의 한 서울 지점장은 수익성 창출을 강조한다.

"기업 경영의 요체는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이윤 만들기"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효율적 경영관행을 꼬집는 경우도 많았다.

낮은 생산성, 기술력 부족,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 등이다.

외국인들은 <>외형보다는 이윤을 우선하는 경영 <>비용절감 노력 <>중복
투자 회피 <>기술.인력에 대한 투자 <>외자유치 등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대해선 매우 낮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BMW코리아의 카르스텐 엥엘 사장은 "구조조정은 기업체 스스로의 목적과
이해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강요
하기 때문에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이윤을 남기고 성공하기 위해서 적극적이지 않다는게
엥엘 사장의 논리다.

미국계 은행의 한 지점장은 "올해 한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구호밖에
없었다"고 평가하고 "내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외의
관심이 싸늘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구조조정과 관련, "핵심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외국인들은 IMF사태 이후 한국 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딘플레밍의 에드워드 캠벨해리스 서울지점장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비나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한 해고나 임금삭감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에따라 노조의 힘이 약화됐다는 점도 변화로 꼽혔다.

경영전략을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자성이 일고 있다는 사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외국인들도 있었다.

한국기업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역시 효율성 중시의 경영이었다.

유럽계 보험사 지점장은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해 이윤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체질을 바꾸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BMW코리아의 엥엘 사장은 "투명한 경영과 글로벌 경영, 업종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곁들였다.

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모범생을 뽑아 달라는 부탁에 외국인들은 코멘트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기업분석이 자주 이뤄지는 탓이어선지 증권계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자연스레 피력했다.

헌세이커 이사는 IMF 이전부터 구조조정에 나선 쌍용정유와 LG화학,
적자부문을 매각한 삼성중공업을 지목했다.

캠벨해리스 지점장은 한국유리를 꼽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