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CHUNG@mirae.co.kr >

폴 마이어라는 미국의 행동철학가가 있다.

장학사업이나 사회구제와 같은 구체적인 베풂의 대상을 먼저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생애가 감동을 주는 것은 여유가 생겼을때 행동으로 옮기는게 아니라
우선 도와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자기 삶을 영위했다는
점 때문이다.

폴 마이어 얘기를 하는 까닭은 요즘 우리 현실이 그의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서 무엇을 베풀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은채 서로 달라고
아우성이다.

각 신문에 나는 의견광고를 보자.

하루가 멀다하고 장식하는 이들의 내용은 무엇을 해달라는 것.

국회의사당 앞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자금을 달라, 무엇을 지원해달라 요청한다.

대기업도 다를바 없다.

구조조정을 할테니 금융과 세제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다.

어려운 사람은 어려운 사람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달라는
얘기뿐이다.

문제는 줄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줄 사람이 설령 있다해도 내놓을 것이 거의 없는 데도 달라는 사람은
갈수록 많아지고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될리 없다.

그러나 주위를 찬찬히 돌아보면 파격적인 정부의 지원 혜택조차 받지
않으며 묵묵히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비록 그 수는 적지만 이들은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는다.

외롭고 고달파도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거센 파도를 헤쳐나간다.

이들 기업인의 경영철학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위기로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좀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남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탓하지도 않은채 자신의
노력만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과 기업이 늘어날때 비로소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