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과 석유업체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한 메가머저(초대형합병)계획이
완결판으로 마무리되기까지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1,2위 석유업체인 엑슨과 모빌은 1일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합병규모는 7백72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번 합병으로 탄생한 ''엑슨모빌''은 전세계 석유시장을 지배할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등장했다.

자본금규모가 2천3백80억달러로 지금까지 세계최대였던 로열더치셸보다
두배 가까이 많다.

이보다 앞서 지난 30일 독일 도이체방크는 미국 뱅커스트러스를
1백1억달러에 인수, 자산규모가 8천3백억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은행으로
탄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 회사들이 이번 합병을 통해 "완전한 하나"가
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엑슨과 모빌의 경우 무엇보다 정부의 승인을 얻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공식발표도 있기전 이미 미국 법무부, 연방무역위원회(FTC) 등 행정 당국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철저한 반독점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동안 경쟁관계에 있던 이들 회사가 합병하면 경쟁이 사라져 휘발유가격
등이 오르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행정부는 이들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주유소와 정유소 등의 자산중
상당부분을 다른 회사에 매각토록해 독점적 지위를 완화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이 석유탐사에서 정유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독점금지에 저촉되는 사항이 많아 최악의 경우 합병안 자체가
승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와 뱅커스트러스 합병도 마찬가지.

대륙간 기업합병이어서 미국과 유럽 당국의 승인을 동시에 얻어야 하는
만큼 더욱 어렵다.

특히 도이체방크가 보유하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분 12%를 미국
정부가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법에 따르면 미국 은행은 비금융기관의 주식을 5%이상을 소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도이체방크는 그러나 "이 법은 외국은행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다임러크라이슬러 지분 12%를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또 홀로코스트(유태인 대학살)의 망령도 떨쳐내야 한다.

도이체방크는 드레스너방크와 함께 유태인 단체들이 제기한 1백80억달러의
배상금 청구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이미 뉴욕주 금융당국은 최근 합병한 스위스의 UBS와 크레디스위스은행에
유태인 자산몰수 및 금괴약탈을 둘러싼 법정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2억5천만달러를 지급하도록 압력을 가했었다.

도이체방크에도 똑같은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합병으로 예상되는 5천5백명의 인력감축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들 기업들이 "하나의 기업"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기쁨을 맛보기기위해선
이처럼 엄청난 산고를 겪어야 한다는 얘기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