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의 가공식품이지만 그 영양소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두부는 "콩의 변신"
이라고 부를만 하다.

문헌자료는 없어도 학자들은 한반도에 콩재배가 일반화 돼있던 삼국형성기
부터 우리는 두부를 만들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콩가공식품의 역사는 그만큼 깊다.

"두부"라는 말은 고려말 이색의 "목은집"에 처음 등장한다.

그는 "큰집에서 두부를 구해 먹다"라는 시에서 두부를 기름진 돼지비게에
견주면서 늙은 몸을 보양하는 데는 두부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또 기름에 지진 두부를 잘게 썰어 넣은 두부국을 별미로 소개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도 오늘날처럼 두부식용이 일반화되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다.

조선왕조에 들어오면 두부식용은 더 보편화되고 구급약의 하나로까지 자리
잡는다.

이순신장군도 "난중일기"에 두부국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허균은 서울 장의문밖 사람들이 두부제조기술이 뛰어나다고 기록해 놓았다.

일찍부터 우리 두부제조기술이 외국에까지 알려져 기술전술까지 했다.

명황제 선종은 세종에게 조선인의 두부제조 솜씨를 극찬하면서 두부만드는
부인들을 보내달라는 칙서까지 여러차례 보냈다.

그때마다 여인들이 명나라에 가서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임진왜란때 포로로 잡혀간 경주성장 박호인은 일본에서 두부제조업을 시작해
근세 일본두부의 원조가 됐다.

두부외에도 콩을 이용한 식품은 많다.

된장 간장 등의 장류는 제외하더라도 콩나물 콩비지 콩국 콩가루 콩기름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본다면 우리는 대두문화의 종주국이라 불려도 좋을성 싶다.

최근 국내식품업체들간에 콩제품 개발경쟁이 뜨겁다는 소식이다.

된장 맛을 내는 라면, 콩기름을 사용한 라면 그리고 콩성분은 첨가한
요구르트, 두유 콩고물 묻힌 스낵도 등장했다.

외식업계에는 즉석 콩두부전문체인도 생겼다.

이 기회에 한동안 침체했던 콩식품시장이 되살아나고 국민건강증진에도
한몫한다면 이보다 좋은 일도 없을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