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속 보이는 포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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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핵문제를 놓고 벌이는 포커게임은 우습기까지 하다.
양쪽 모두 상대방이 들고 있는 카드를 훤하게 읽고 있다.
또 상대방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포커의 속성상 승부는 이미 가려진 셈이고 게임은 이미 끝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게임은 아직도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알면서도 속아준다는 표현이 있다.
"소떼" "금강산관광" 그리고 "햇볕정책"은 알면서도 속아 주겠다는
한국측의 고육책이자 마음으로 느끼는 속셈의 단면이다.
하지만 이같은 목가적 연상도 21세기를 내다보는 길목에서 벌어지는
도박판과 한데 어우러지면 허무로 이어진다.
결국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과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고통받는 한국
사람들만 희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지도부의 무모함과 미국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빚은 산물인 이 게임에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처지가 처량할 뿐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금창리는 일본에서 북경으로 가는 항공로 위에
위치해 있다.
위성사진만으로도 자동차 번호판까지 식별이 가능한 요즈음 대규모
지하시설을 외부에 공개된 항공로 길목에 구축한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
몰래 만들겠다는 의도는 애당초부터 보이지 않는다.
헤리티지재단의 한 북한전문가의 말대로 금창리 시설은 비밀지하시설이
아니라 외부의 주의를 끌기위한 공개적 미끼이자 협상 칩 이었다는 표현이
옳다.
북한이 이미 사찰대가로 돈(3억달러)을 요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북한의
궁벽함과 진의는 파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을 다녀 온 찰스 카트만 한반도평화회담특사도 금창리 지하시설은
핵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의심할 수 없는(compelling)"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증거들이 무엇인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유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은 화성표면에 로봇을 보내 사진을 전송받는 정도의 기술을 가진
나라다.
이는 서울에 있는 사람이 부산시민의 손목시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정교한 기술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얘기다.
마음만 먹는다면 미국은 김정일의 숨소리까지 엿들을 수 있다.
카트만이 "의심할 수 없는 증거를 갖고 있다"한 주장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선전의 귀재들이다.
지난 50년간 밥먹고 한 일이라는 게 선전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외부와 단절된 사회니까 그 안에서 나오는 얘기라면 쥐소리도 새로운
정보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잘 안다.
개방사회의 언론이 지닌 구조적 특성을 악용하는 데 도가 트였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금창리 일대의 흙과 물에서 플루토늄 흔적을 확인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카트만은 "황당한(wild) 소문들"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진실이야 어찌됐건 한국의 언론들은 북한의 장단에 춤을 추어준 꼴이 됐고
그런 의미에서는 북한지도부의 의도대로 따라준 결과가 됐다.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떨어뜨린 것은 1945년이었다.
그러니까 핵기술은 50년이 넘은 낡은 기술에 불과하다.
지구상의 웬만한 나라라면 기술이 없어 핵을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끝냈다.
미국과 서방세계에 약간의 법석이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해지고 말았다.
이에비해 북한은 이제 시작해 보려는 시늉을 하고 있는 단계다.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속내는 딴 데 있다.
위기탈출을 위한 외부원조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도 알고, 우리도
알고, 북한 자신도 잘 안다.
동아시아안보전략보고서(EASR)를 내 놓으며 외신기자들에게 그 배경을
브리핑한 미국 국방부의 커트 켐벨 동아시아담당차관보도 "북한의 지하시설은
다급한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미국이 북한더러 굳이 발가벗고 사찰을
받으라고 다그치며 사안의 심각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냉전이 끝났지만 미국은 아직도 냉전시대의 군사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군수산업은 줄잡아 4천억달러에 달한다.
코소보같은 "작은" 분쟁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군사체제는 다른 과녁을
겨냥하고 잇다.
이제 지구상에 남아있는 미국 군사전략의 대상은 이라크와 북한 뿐이다.
어떤 위기상황이 발생해도 미국본토는 피해를 보지 않는다.
설령 군사적 핵시설이 완성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이를 궤멸시킬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크루즈미사일도 있고 87년 이스라엘이 이라크핵시설을 공습해 파괴한
사례도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고는 장난이 아니다.
이제 속들여다 보이는 포커 게임은 접을 때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
양쪽 모두 상대방이 들고 있는 카드를 훤하게 읽고 있다.
또 상대방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포커의 속성상 승부는 이미 가려진 셈이고 게임은 이미 끝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게임은 아직도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알면서도 속아준다는 표현이 있다.
"소떼" "금강산관광" 그리고 "햇볕정책"은 알면서도 속아 주겠다는
한국측의 고육책이자 마음으로 느끼는 속셈의 단면이다.
하지만 이같은 목가적 연상도 21세기를 내다보는 길목에서 벌어지는
도박판과 한데 어우러지면 허무로 이어진다.
결국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과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고통받는 한국
사람들만 희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지도부의 무모함과 미국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빚은 산물인 이 게임에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처지가 처량할 뿐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금창리는 일본에서 북경으로 가는 항공로 위에
위치해 있다.
위성사진만으로도 자동차 번호판까지 식별이 가능한 요즈음 대규모
지하시설을 외부에 공개된 항공로 길목에 구축한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
몰래 만들겠다는 의도는 애당초부터 보이지 않는다.
헤리티지재단의 한 북한전문가의 말대로 금창리 시설은 비밀지하시설이
아니라 외부의 주의를 끌기위한 공개적 미끼이자 협상 칩 이었다는 표현이
옳다.
북한이 이미 사찰대가로 돈(3억달러)을 요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북한의
궁벽함과 진의는 파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을 다녀 온 찰스 카트만 한반도평화회담특사도 금창리 지하시설은
핵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의심할 수 없는(compelling)"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증거들이 무엇인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유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은 화성표면에 로봇을 보내 사진을 전송받는 정도의 기술을 가진
나라다.
이는 서울에 있는 사람이 부산시민의 손목시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정교한 기술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얘기다.
마음만 먹는다면 미국은 김정일의 숨소리까지 엿들을 수 있다.
카트만이 "의심할 수 없는 증거를 갖고 있다"한 주장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선전의 귀재들이다.
지난 50년간 밥먹고 한 일이라는 게 선전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외부와 단절된 사회니까 그 안에서 나오는 얘기라면 쥐소리도 새로운
정보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잘 안다.
개방사회의 언론이 지닌 구조적 특성을 악용하는 데 도가 트였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금창리 일대의 흙과 물에서 플루토늄 흔적을 확인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카트만은 "황당한(wild) 소문들"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진실이야 어찌됐건 한국의 언론들은 북한의 장단에 춤을 추어준 꼴이 됐고
그런 의미에서는 북한지도부의 의도대로 따라준 결과가 됐다.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떨어뜨린 것은 1945년이었다.
그러니까 핵기술은 50년이 넘은 낡은 기술에 불과하다.
지구상의 웬만한 나라라면 기술이 없어 핵을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끝냈다.
미국과 서방세계에 약간의 법석이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해지고 말았다.
이에비해 북한은 이제 시작해 보려는 시늉을 하고 있는 단계다.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속내는 딴 데 있다.
위기탈출을 위한 외부원조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도 알고, 우리도
알고, 북한 자신도 잘 안다.
동아시아안보전략보고서(EASR)를 내 놓으며 외신기자들에게 그 배경을
브리핑한 미국 국방부의 커트 켐벨 동아시아담당차관보도 "북한의 지하시설은
다급한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미국이 북한더러 굳이 발가벗고 사찰을
받으라고 다그치며 사안의 심각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냉전이 끝났지만 미국은 아직도 냉전시대의 군사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군수산업은 줄잡아 4천억달러에 달한다.
코소보같은 "작은" 분쟁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군사체제는 다른 과녁을
겨냥하고 잇다.
이제 지구상에 남아있는 미국 군사전략의 대상은 이라크와 북한 뿐이다.
어떤 위기상황이 발생해도 미국본토는 피해를 보지 않는다.
설령 군사적 핵시설이 완성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이를 궤멸시킬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크루즈미사일도 있고 87년 이스라엘이 이라크핵시설을 공습해 파괴한
사례도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고는 장난이 아니다.
이제 속들여다 보이는 포커 게임은 접을 때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