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과 경제학연구원은 한국경제신문사와 공동으로 21일
서강대 본관 르네상스홀에서 "IMF(국제통화기금)체제 1년의 평가와 향후
전망"을 주제로 경제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IMF 구제금융 신청 1년을 맞아 열린 이번 세미나엔 이상일 서강대총장을
비롯 김광두 서강대경상대학장, 조윤제.김종섭 서강대 국제대학원교수,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학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했다.

특히 앨런 스토크맨 미 로체스터 교수와 김병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1년간 한국경제의 처방을 평가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스토크맨 교수는 "IMF는 돌팔이 의사"라며 IMF 무용론을 주장했다.

반면 김병주 교수는 "최소한 금융구조조정에 관한한 IMF는 백기사였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 정리= 유병연 기자 yooby@ >

=======================================================================

[ IMF이후 금융 ]

김병주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난 1년간 정부와 IMF 정책협의가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IMF 긴급수혈과 외채 만기연장 협상으로 일단 외채위기를 모면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경상수지 흑자전환과 환율안정 등도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초기엔 초긴축적이던 금융.재정 정책기조를 실물경제 동향에 따라 완화한
것도 적절한 정책전환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사회적 안정망이 미비한 상황아래 실업증가, 기업도산
확산 등이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IMF 프로그램 이행과정에서 미증유의 신용경색이 낳은 사생아다.

신용경색은 "고질병 치유과정의 금단증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칫 실물경제 자체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금융부문의 개혁에 관한한 IMF는 분명히 "백기사"였다.

관계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무산위기에 처했던 금융개혁법안들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토록 하는데 IMF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금융제도의 기본골격을 바꾸는 빅뱅이 한국인 스스로 성사되지 못하고
위기국면에 몰려 타율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IMF는 금융부문의 광범위한 구조조정과 포괄적인 개혁조치들의 원칙을
제시, 추진토록 했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기준에 미달한 부실금융기관중 회생불가능한
기관을 퇴출시켰다.

회생가능한 기관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자본을 늘리도록 했다.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방대한 재정자금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말 1단계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 33개 은행중
부실은행 5개가 영업정지를 당하고 3쌍의 합병은행이 만들어졌다.

나머지 5개 은행은 자체 정상화 이행계획을 마련, 실행토록 압박했다.

비은행권에서도 종금 등 대지각변동을 통해 구조조정이 추진됐다.

이같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개혁의 업무분장이 불분명하고 구조조정 원칙이 오락가락 했다.

둘째 국회공전으로 관련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셋째 재정자금 조달방식이 국채발행이냐 화폐발행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미흡했다.

넷째 은행 등 부실기관 정리에 객관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남았다.

다섯째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의 원칙적 적용이 불충실해 우량은행마저
부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개혁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망이 밝지만
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도 정부의 낙관적 전망치를 단번에 뒤엎을 불안요인들이 국내외
에 도사리고 있다.

해외부문 비중증가와 정치경제적 지도층의 위기관리역량 부족 및 경제
주체들의 위기망각증으로 미뤄 볼때 한국의 IMF 졸업은 자율적인 위기탈출
노력보다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철저한 위기면역 체질강화 없는 탈출은 조만간 또다른 형태의 위기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위기국면이 물러가는 조짐이 보이면 정책당국의 개혁의지는 바람에
흩날려갈 것이다.

정부소유 은행을 통해 기업부문에 대한 원격조정장치를 작동시켜 과거
관치금융보다 더욱 강력한 관치경제가 등장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를 차단하고 금융산업을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
으로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