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에 "가격 비상"이 걸렸다.

내년부터 판매할 99년형 모델의 수입가에는 IMF사태 이후 치솟은 환율이
적용돼 현재 판매가에 비해 상당폭의 차값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98년식 모델의 수입을 포기하고
IMF사태 이전에 도입했던 97년식 재고 모델을 판매해 왔다.

이들 모델의 수입 당시 환율은 달러당 8백50~9백원.

따라서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부담에서 벗어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게다가 판매난 극복을 위해 최고 30%의 할인판매까지 단행, 동급
국산차보다도 수입차 가격이 싼 "가격 역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97년식 모델의 재고가 바닥 상태에 이르러 99년식 모델을 들여와야 하며
현재 환율추이로 볼 때 달러당 1천3백~1천4백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상 판매가가 2천9백60만원인 한 수입차를 예로 들어보자.

내년 예상 환율을 1천3백원으로 잡고 동일 마진율을 적용할 때 이 차의
가격은 4천2백여만원으로 40%이상 뛰게 된다.

여기에다 이 차가 현재 2천4백50만원에 할인판매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인상률은 무려 70%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환율 상승분을 그대로 적용해 값을 매길 경우 판매난이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입차 업계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환율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면 40~50% 가량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아직까지 수입 차종, 가격 산정 등을
결정하지 못한 채 올 연말까지 최대한 미뤄 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본사로부터 가격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데다 국내
법인의 인력, 경상비도 최대한 줄여 놓은 상황이라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내년에 환율이 추가로 인하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도 "앞으로 수입차 업계에서 올해와 같은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수입차를 가장 좋은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적기"라고 지적한다.

BMW 관계자는 "특소세가 30% 인하되긴 했으나 그 영향은 환율 상승분과는
비교가 안된다"며 "수입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소비자가 인상을 극소화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부터 직판체제로 돌아선 볼보코리아와 사브오토모빌 코리아 등은
환율 문제에서 만큼은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다.

볼보는 현재 판매중인 차가 대부분 금년에 수입됐기 때문에 내년에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또 사브 관계자도 스웨덴 본사가 직판체제를 맞아 상당폭의 가격 지원을
할 방침이어서 가격 인상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