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자신탁의 장인환(40) 차장은 매일 전쟁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출근한다.

그는 "자본시장의 전사"다.

날마다 "머니 워(War)"를 치른다.

전쟁은 정확히 아침 9시30분에 시작해 오후 3시15분이면 끝난다.

승패는 그날 결정난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는 날이면 승리자의 기분을 느끼는 반면 손실을
볼 때는 어쩔수 없이 패배감을 맛봐야한다.

머니 워는 그러나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이상 겨뤄야 승패가 나는 지구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산다.

장씨의 직업은 펀드매니저(fund manager).

수백억원 규모의 돈을 주식시장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게 그의 임무다.

단 일주일만에 1백억원을 2백억원으로 불릴 수 있다.

반대로 50억원을 날리기도 한다.

위험천만한 게임임에 틀림없다.

펀드매니저가 자본시장의 전사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차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간판급 펀드매너저.

국민투신에서는 보배로 통한다.

지난해 12월이었다.

수익률 20%를 달성하면 고객에 원금과 이자를 곧바로 돌려주는 스폿펀드가
투신사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가 운용한 3개 펀드는 보름만에 20%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이 사실은 여의도 증권가를 타고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됐다.

"스폿펀드=장인환"이라는 함수관계가 이때 만들어졌다.

장차장의 투자스타일은 과감하고 신속하다는게 특징.

별명도 "장대포"다.

"일단 주가가 상승기라고 판단되면 다소 높은 가격이라도 과감하게 사고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미련없이 손을 털어버린다"고 말한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펀드매니저의 실력은 주가 하락기에 드러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주가가 상승할때는 초보자라해도 웬만큼 수익을 낼수 있다.

그러나 하락기에는 다르다.

누가 손실을 최소화하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장차장의 첫 직장은 삼성생명이었다.

그에겐 수동적인 보험업무는 애초부터 맞지 않았다.

동원증권엘 들어갔다.

그때만 하더라도 동원증권은 중소형회사였다.

개의치 않았다.

영업점에서 3년간 주식을 중개하는 브로커로 일한 뒤 89년 본사
주식운용부에 발탁됐다.

펀드매니저가 된 셈이다.

3천억원의 자산이 그에게 맡겨졌다.

90년초였다.

주가는 900선을 맴돌았다.

주가하락을 예상한 그는 주식을 무더기로 팔아치웠다.

주가는 그의 예상대로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연말께 600까지 떨어졌다.

손실을 줄였던 것이다.

멀리 내다볼수 있는 장세예측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97년 국민투신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욱 두각을 나타냈다.

올 연초 스폿펀드에서 무더기 홈런을 날렸다.

상반기에는 투신협회가 선정한 주식편입비율이 70%이상인 주식형펀드
순위에서 그가 운용한 "국민보장 13호"가 9%의 수익률로 1위에 올랐다.

이 기간동안 종합주가지수가 22.6%나 내렸는데도 말이다.

이때문에 국민투신이 의욕적으로 선보인 "불스아이"펀드 운용을 맡았다.

장차장은 그러나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몰래 사둔 종목이 3~4개월후 올라야 진짜 승부가 납니다.

제가 산종목을 남들이 따라 샀다 팔았다하면 큰 수익을 못냅니다.

포커판에서 패가 남에게 읽히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의 출근시간은 아침 7시.

장이 열리는 9시30분까지 점검할 게 한두가지 아니다.

해외주가 세계경제동향 환율 금리 정부정책 증권사에서 새로 나온
기업리포트 등등.

그 다음에 전략을 짠다.

어떤 종목을 버리고 어떤 종목을 살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

장이 열리면 눈은 주가 단말기에 거의 고정된다.

백원이라도 비싸게 팔고 싸게 사야하기 때문이다.

장이 마감되면 희비가 갈린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끝나는 게임에 아니기에 그날로 미련은 털어버린다.

장차장은 내일도 오늘처럼 전쟁을 치를 것이다.

어쩌면 그는 주식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주가가 갈피를 잡지 못할때는 더욱 그렇다.

"매일 주식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느낌입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