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

제10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시작돼 환태평양 일대
21개국 지도지들이 모두 모였다.

작년에는 보이지 않았던 러시아 베트남 페루의 정상들도 참가했다.

모두들 다소 긴장된 모습들이다.

작년 11월 밴쿠버 회담때는 막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찜찜하게 헤어졌었다.

이번엔 안정세에 접어든 아시아 위기사태를 확실히 다잡을 "끝내기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위해 각국 정상들은 회의기간동안 <>금리동반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제회복문제 <>2020년까지 역내 무역 및 투자자유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각국 정상들은 이해득실을 따져 치열한 물밑접전을 벌이게
된다.

총회의와 각국별 개별정상회담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각국 정상들의
입장을 살펴본다.

<>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APEC 주도국인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이번 정상회의가 더 없이 좋은
외교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며칠전 끝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보기좋게 눌러 외교무대에서 부담감이
줄었다.

여세를 몰아 미국은 무역문제에서 일본 등에 공세적 입장을 펼 태세다.

특히 환경, 에너지, 의료제품 등 9개 핵심분야를 둘러싸고 일본과 벌이고
있는 신경전에서 끝까지 이를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내년께 3천억달러를 넘어설 무역적자폭을 줄여야겠다는 개선의지
가 담겨있다.

이와함께 미국정부는 출연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이 발행하는 국채의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는
등 아시아국가에 대한 양면작전을 구사할 전망이다.

<> 장쩌민 중국국가주석

회의전부터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대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밝혀
왔다.

위기과정에서 위안화 고수로 보여준 아시아 맹주로서의 이미지를 이번 회의
에서 확실하게 못박겠다는 의도다.

중국의 주방자오 대변인은 "장 주석은 아시아를 위한 대국적차원에서
위기극복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해 어떤 지원방안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노력을 강조하며 선진국들의 분발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

경기부양책으로 취임직전의 다소 미진한 평가를 털어버린 오부치 총리는
이번 APEC회의에서 외교력부문의 점수를 높여야 할 입장이다.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을 방어하면서 미야자와 구상에서 밝힌 3백억달러
규모의 아시아지원방안을 기반으로 아시아국들을 "엔화 동맹권"으로
끌어들인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등과 협력, 아시아국들의 국채지급 보증을
서주겠다는 미끼도 던져놓은 상태다.

동시에 IMF나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BIS)등의 금융감독국을 떼어내
새로운 국제금융감독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모두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강도높게 헤지펀드 규제를 주장하는 것도 달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고 엔화아래 모이자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김대중 대통령

환란을 겪은 나라의 지도자이자 APEC 출범의 주도국으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 계획이다.

회의에 앞서 중국을 방문,아시아 특혜관세지역 창설론을 폈으며 역내
무역자유화에 대해서도 한발 진전된 논리를 전개할 예정이다.

국제금융시스템 문제도 지적하고 환란을 겪은 나라들과 공조해 국제적인
금융감독 개편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특히 향후 수출확대및 투자유치 기반조성에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APEC회원국들의 무역자유화가 현실화되면 수입이 6.2% 늘어나는 반면
수출은 19.9%나 증가, 무역수지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또 외환위기가 어느정도 고개를 넘었다는 대내외의 평가를 알리고
APEC을 통해 투자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다.

<>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건강이상으로 참가가 불투명한 상태다.

참가하더라도 좋은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급한 외환보유고문제를 풀기위해
IMF지원 문제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대표들은 1차적으로 미국과의 개별회담을 통해 IMF로부터 받기로 한
2차 지원금(43억달러)의 조기제공 약속을 받아내는 데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의장국 총리지만 그동안 헤지펀드문제나 안와르 아브라힘 전 부총리
구속문제등으로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싱가포르도 자본통제문제로 마하티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대외적으로 불안정한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나 대내적으로는 외환통제로
일단 헤지펀드 공격을 막고 환율을 안정시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마하티르는 이번 회기동안 헤지펀드 규제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자본통제 후 국내 내수부양에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외교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