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턴과 소년원 아이들 ]

클린턴 미대통령 섹스 스캔들 이후 청소년들은 집요하게 물어온다.

"클린턴이 오럴 섹스를 했다는데 그게 뭔데요"

"왜 어른들은 그 얘기만 나오면 화를 내지요"

"그게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하루에도 열두번씩 이런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어떤 부모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보도한 일부 언론을 성토하며
자녀들의 이런 질문공세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어른들은 클린턴의 성행위 자체에 대해 때론 낄낄대고 때론 분개하기
도 하지만 더 깊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청소년들은 이에 대해 어디까지 이해하고 어떻게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일부 청소년은 어른들을 향해 "거봐 대통령도 그짓 하는데 뭘"하고 비아냥
거린다.

하지만 가십거리에 그칠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훌륭한 성교육의
장을 만들면 어떨까.

성관계는 그 자체만 덜렁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이 있고 생각하는 인간이기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행위를 했는가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했는지가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클린턴은 나라의 최고지도자로서 중요한 나라정책을 결정해야 할때 부인이
아닌 20대 아가씨와 대통령직무를 수행할 자리에서 오직 순간의 쾌락을 위한
싸구려행위를 했다.

거짓말로 범벅된 그의 증언은 사실을 말하기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을 둘러싼 성문화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음란물 투성이다.

오로지 성행위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런 터에 클린턴 섹스 스캔들은 격이 높은 성을 규정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행위가 둘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가, 서로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남들이 알아도 떳떳한 것인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원에서 만난 남자아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왜 성관계를 하고 나면 기분이 더럽고 여자가 미워질까요"라고.

대부분 성폭행을 하거나 별로 원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
으로 이뤄진 관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책임지는 사랑의 내용이 비어 있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 없이 준비되지 않은
관계이기에 찝찝한 것이고 사람이기에 그런 생각을 가질수 있다고 대답해
준다.

아이들은 대부분 수긍을 하고 뒤끝없는 기쁨을 느낄수 있는 성관계를
하겠노라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

클린턴도 소년원 아이들처럼 깨닫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스타검사와 르윈스키만 원망하고 있진 않을지..

껍데기 뿐인 행위에서 벗어나 생명 사랑 쾌락이 조화된 온전한 성을
추구해야 겠다.

김성아 <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사무국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