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내일 닷새동안의 중국 방문길에 오른다. 김 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은 취임후 한반도 주변 정지작업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4강 정상외교 가운데 미.일에 이어 세번째 과제를 풀게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대통령은 내년초 러시아를 방문, 집권 1년내에 4강외교를 마무리하
고 이들과의 공고한 관계를 기반으로 향후 경제난 극복 등 내치에 전념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가 김 대통령의 중국방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번 정상
외교가 경제분야에 중점을 두어온 양국협력관계를 외교.안보분야로 확산시켜
한차원 높은 포괄적 협력관계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이다.

양국은 92년 국교정상화 이후 경제분야에서는 높은 상호보완성을 바탕으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중은 이미 서로 미.일에 이은 세번째 교역상대
국이 되었으며 중국은 우리의 두번째 투자대상국이기도 하다. 세계에서도
수교 6년만에 이러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전례가 없다.

그러나 경제분야를 제외하고는 냉전시대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양국관계를 규율하는 이렇다할 틀을 갖추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양국은 김 대통령과 장쩌민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
담 결과를 담아 양국관계 발전의 "헌장"이라고 할 수 있는 "21세기 한.중
동반자관계 선언"을 발표하기로 했다니 최초로 포괄적 양국관계의 틀을 문서
화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한다. 이왕이면 "한.일 21세기 파트너십 공동
선언"처럼 광범위한 행동계획까지 수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격이 될 것이다.

양국간 안보협력이 제도화된다면 한.중.북한간 3각관계에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에 경사된 형태의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고집
해온 감이 있지만 21세기에는 중국의 한반도정책에도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김 대통령이 이번 중국방문에서 대북포용정책의 성공에 필수
적인 중국 고위층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정치 안보협력도 중요하지만 양국의 경제현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당장
중국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중국 건설시장 진출확대와 원자력발전소 건립 참여, 제3국 건설시장에 대한
합작진출 등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 가능하다면 차제에 양국 어업협정도
타결짓는 것이 바람직하며 황해오염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단호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김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양국이 21세기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
하는 동반자로서의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이번 방중은 그같은 가능성을 열어놓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를 현실화시키는 작업이 이제부터 두 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