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과 경제연구소는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6일부터
이틀간 중앙대 국제정보통신문화관에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중앙대 개교 80주년을 맞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과 아세안 각국의
구조조정과 협력"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과 아세안 각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참가, 위기극복을 위한 각국의 정책 과제와 상호 협력방안
을 논의했다.

< 정리= 유병연 기자 yoo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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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 및 동아시아 경제의 신성장 모델"이란
주제발표에서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3국의 경제시스템중 한국형 모델이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모델이 비교적 건전하며 대만은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형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과 기업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기준으로 평가해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8%를 기준으로 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비해 대만 금융기관의 BIS 비율은 20%를 웃돌고 있다.

기업부문도 마찬가지다.

대만 기업의 부채비율은 70%를 밑돈다.

30대 대기업 평균 부채비율이 5백%를 넘는 한국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만이 부도를 낸 기업의 퇴출을 관례화하고 창업을 자유롭게 해 아시아
금융위기에 전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국에 많은 교훈을 준다.

또 말레이시아 국내 총투자중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이는 3개국이 지난 30여년간 서로 다른 경제모델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재벌주도형 고차입 외형성장 모델을, 대만은 저차입 중소기업
모델을 각각 추구했다.

또 말레이시아는 철저한 외국인 직접투자 주도의 대기업 편성 모델을
만들어 왔다.

이들 3국은 지난해 7월부터 촉발된 동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영향과 충격을 받고 있다.

안 원장은 "3개국은 서로의 장점을 취해 새로운 경제모델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병행 발전을 추구
하는 모델을 대만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말레이시아로부터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들이는 경제시스템을 학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3마리의 동아시아 용들은 여기에 <>영미식 선진형 금융시스템의
도입을 통한 금융의 효율화 <>인간자본의 양성 <>지식의 비축과 확산 등을
접목,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하티르 총리의 경제참모로 활약중인 자이날 유소프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 부원장이 말레이시아의 경제개혁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르다고
전제했다.

말레이시아는 위기를 맞기 전까지 <>낮은 인플레와 빠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머무는 낮은 외채비율 <>낮은 수준의 부실
금융채권 비율 등 3가지 측면에서 건실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잠재력을 초과한 고도성장 <>낮은 총생산성 증가율 <>늘어나는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 관련대출의 급증 등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전조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도 경제위기를 맞자 링기트화의 폭락, 주식시장 붕괴, 단기금리
급등 등 금융과 환율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7월 "국가경제회복계획"(National Economic
Recovery Plan)을 발표했다.

이어 9월엔 링기트화를 달러에 고정시키고 단기자본의 외환이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개혁을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 재정규모를 줄이고 긴축정책을 폈다.

최근엔 통화공급 확대정책을 실시해 유동성을 높이기도 했다.

금융체질 강화를 위해 "기업 재무구조조정 위원회"를 설치, 부실기업
매각을 돕고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고 있다.

유소프 부원장은 "현재 이같은 정책효과가 다소 약효를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링기트화의 고정조치는 G7에서 단기 핫머니 통제에 대한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외국자본 흐름의 인위적 규제는 단기적 효과를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간 IMF 처방과 위기극복에 관한 정책협조가 이뤄진다면
보다 낳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며 공조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샤오 유 국립싱가포르대 교수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조명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묵시적인 고정환율제와 포괄적인 자본통제정책이 중앙은행
의 외환시장 통제 아래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민폐를 외부의 환위험으로 보호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의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자본통제 완화를 기대하는
심리가 발생했다.

이에따라 자본통제 정책의 효율성은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들은 인민폐의 실질실효환율이 상당히 고평가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민폐의 고평가는 수출관련 산업과 수입경쟁 산업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향후 중국 정부는 자본통제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관리변동환율
제를 채택하게 될 것이라는게 그의 판단이다.

실질시장환율에 맞춰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이어 인민폐 환율을 주요 무역상대국의 통화바스킷에 연동시키는
"실질복합환율제"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국제 세미나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3국의 경제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한국과 태국은 금융지표면에선 안정됐으나 인도네시아는 불안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강조되고 있는 반면 태국과
인도에시아는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지출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수포테 추난난타덤 태국 타마사트대 교수는 "태국경제위기의 주범은 90년대
중반부터 과대평가된 환율과 국내 생산액을 초과하는 부채 및 투자의 누적"
이라며 "여기에 고정환율제 아래에서 자본자유화로 인해 상당한 양의 국제
투기자본이 들어와 바트화를 평가절하시켰다"고 말했다.

말콤 팔커스 호주 뉴잉글랜드대 교수는 태국 금융위기는 하루아침에 터진
것이 아니라며 "92년 해외자본자유화 단행이후 싼 금리를 좇는 기업의 해외
차입 급증이 곪아터진 탓"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할 힐 호주국립대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경제위기는 정치적 부패와
사회문제 등이 만든 합작품"이라며 "경제회복을 위해선 새로운 정치체제와
민주주의 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김태형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시아 경제위기는 동아시아 몇나라의
경제적 위기만은 아니라며 "전세계 정치사회적 파장을 몰고오고 있는 상황"
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는 국제금융체제 개편논의로 연결되는데 이어
강대국들간의 세력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과 태국은 금융 구조조정의 지속적인 추진이 성장
궤도 재진입의 관건이며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인 시장 질서 재건이 당면
과제"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