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산이든 거기에 오를 때에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무한한
효용과 가르침을 얻게 된다.

태백산 북풍한설속에 피는 설화, 지리산 자락 바래봉에 끼는 손에 잡힐
듯한 운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처럼 한없이 펼쳐진 소백산
정상의 초원...

이 모든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증협 산악회의 자랑거리중 하나는 신입사원은 강제로라도 산행에
동참시킨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이 아직 직장생활에 정착하지 못한 틈을 이용(?), 선배의 우월적
지위로 밀어 붙인다.

이런 산행을 통해 신입사원은 보다 자연스런 환경에서 회사분위기를
익힐 수 있다.

선배들도 나름대로 포괄적으로 후배의 면면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신입사원 채용이 전무한 상태여서 이런
전통이 잠시 중단됐다.

우리 모임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회원이 많다는 점.

회장인 필자와 곽병찬 총무의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한몫하기도 했다.

물론 산을 좋아하는 여직원이 유독 우리 직장에 많아서인 것 같다.

이로 인해 산행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괜한 과욕으로 사고를 당하는
위험도 줄어 들었다.

우리는 산행을 떠날 때 가능한 열차를 이용한다.

다른 승객과 뒤섞여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은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하기
때문.

산행 홍보가 잘 돼 인원이 많을 때는 열차 한 칸을 다 차지한 적도 있었다.

즐거운 산행 뒤 그 고장의 향토음식을 맛보는 것도 산행이 주는 또 다른
행복이다.

최근 1박2일 일정으로 떠난 지리산 바래봉 산행때는 추어탕이 그
주인공이었다.

남원 광한루옆 한식당 주인의 말이 "순 우리 미꾸라지에 정성만 더했다"는
것이다.

미꾸라지가 통째로 나오는 숙회도 일품이었다.

이번 가을산행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서울 근교 불암산에 오를
계획이다.

산행 뒤 태릉갈비집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인 뒤 태릉 먹골배로 입가심할
생각이다.

이보다 더 좋은 재충전이 또 있겠는가.

김관진 < 한국증권업협회 관리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