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우리는 독점은 나쁜 것이며 경쟁은 좋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경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거나 공정한 경쟁의
여건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 독일 등 선진제국은 오래 전부터 경쟁을 장려하고 독점을
억제하기 위한 법제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공정거래법을 만들어
집행하고 있다.

누구나 시장경제에서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이 긴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점과 경쟁의 실체 및 독점과 경쟁간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업이 판매가격을 생산비용보다 높게 책정.유지하면서도 상당한 매출
감소를 겪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독점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을수록 독점력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점유율은 독점력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독점력이 전혀 없을 수 있다.

이는 특히 새로운 경쟁자들이 아무런 제약이나 불리함이 없이 신속하게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에 그렇다.

기존 기업이 가격을 올리려고 하면 즉시 새로운 기업들이 나타나 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실제로 여러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어도 진입이 매우 어려우면 기존
기업들이 어느 정도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

왜 독점이 나쁘다는 것인가.

독점력을 가진 기업은 높은 가격을 부과해서 독점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구매자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비싼 값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에서는 비용 자체가 높아져 얻을 수 있는
독점이윤이 소실되는 경향이 있다.

독점기업의 비용이 높아지는 한가지 이유는 기업이 독점력을 확보.유지하기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에 자원을 쓰기 때문이다.

인.허가 획득을 위한 로비, 과도한 광고,과잉 설비투자 등이 그러한 예이다.

또 독점적 기업은 "조용한 삶"을 즐기게 된다.

즉, 경쟁에 직면한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지만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에서는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비용절감의 노력을
게을리할 소지가 많으며 독점이윤의 일부를 고임금의 형태로 확보할 수 있다.

독점에 따른 경제적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바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성이다.

공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는 한편 이윤추구 동기는 미흡하여
경영혁신, 연구.기술개발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려는 유인을 갖지 못하며
그렇게 해야만 할 경쟁의 압력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공기업 경영은 느슨하고 방만해질 수밖에 없으며 흔히 독점에 따른
이윤은 경영자와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과 과도한 퇴직금 등의 형태으로
흡수되면서 고비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이유들로 독점이 나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제조업 부문에서는 많은 시장이 독점적구조로 되어
있으며 독점으로 초래되는 자원의 낭비가 GNP의 6~8%에 이른다고 추정한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지만 독점하려는 욕망과 노력이 우리가 촉진하고자 하는 경쟁의 원천
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이겨 시장을 지배하고 독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은 자기만이 할수 있는 일을 확보하고 기업은 점점 더 큰 시장을
차지해 독점을 달성해야만 많은 돈을 벌수 있고 조용하고 안락한 삶도
즐길수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경쟁이란 경쟁자들을 이기고 압도하여 독점을 이루려는 경제주체들의
욕망과 노력의 표출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사익 추구를 위한 것이다.

문제는 경쟁이라고 해서 모두 바람직하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경쟁은 개인과 기업의 발전,나아가 국가번영의 원동력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각자가 독점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고 경쟁자들과 "나도 살고
너도 살자"며 담합하는 것이 문제이다.

또 경쟁의 결과로 나타난 독점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칭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반면에 파괴적이고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독점을
달성하려는 경쟁도 있다.

이런 경쟁은 사회의 생산능력을 높이기는 커녕 자원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개인이나 기업이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독점하기 위해 어떻게 경쟁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과 번영의 가능성은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게 권장해야
할 경쟁과 막아야 할 경쟁을 구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광식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ksshin@kdiux.kdi.re.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