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18일(한국시간) 새벽 한반도 동쪽 하늘에서 유성(별똥별)이
비오듯 쏟아지는 환상의 우주쇼가 펼쳐진다.

초당 5백~1만개의 유성이 하늘을 수놓는 장관이 연출되는 것이다.

불꽃놀이의 주연은 사자자리(Leonids) 유성우, 연출은 템펠-터틀 혜성,
조연출 지구, 무대는 한국 몽골 중국 일본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하늘이다.

우주 불꽃놀이는 한시간에서 길게는 몇시간동안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33년마다 열리는 우주 불꽃놀이 =올해 불꽃놀이의 주연을 맡게 된
사자자리 유성우는 사실 매년 등장한다.

이 유성우는 템펠-터틀 혜성이 지나갔던 자리를 지구가 통과할때
나타난다.

시기는 11월14~20일.

시간당 10~15개의 유성이 출현해왔다.

그러나 올해 등장하는 사자자리 유성우는 거대한 불꽃놀이를 연상시킬
만큼 그 규모가 엄청날 전망이다.

"올해엔 템펠-터틀혜성이 갓 지나간 곳을 지구가 가로지르기 때문"
(천문대 문홍규 연구원)이다.

찌그러진 타원궤도를 따라 태양주위를 도는 템펠-터틀혜성은 지구가
지나가는 길(공전궤도)을 33.2년마다 통과하는데 올해가 바로 그 해인
것이다.

이 혜성은 지난 10월20일 지구 공전궤도를 지나갔다.

그러나 이곳에는 아직도 유성을 만드는 알갱이(유성체)인 혜성 부스러기
(먼지 모래 우주파편등)가 많이 남아있다.

지구가 이 곳을 지날때인 11월중순께 이들 유성체는 중력에 의해
대기권으로 빨려든다.

이어 초속 11~72km의 속도로 대기중의 공기와 부딪쳐 불꽃을 내며
탄다.

별똥별이 탄생하는 것.

그러나 33년마다 꼭 우주쇼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하버드대 천체물리연구소 브라이언
마스덴 박사)이라는 전망도 있다.

혜성의 부스러기가 태양풍과 행성들의 중력에 의해 심하게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때문에 1933년 거대한 우주쇼를 예견했던 과학자들은 수모를
당했다.

<> 우주쇼가 미칠 영향은 =일반인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추억 만들기가
될 수 있지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들은 속앓이를 하고있다.

유성체들이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들과 부딪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유성이 인공위성과 부딪치면 22구경 총탄을 맞는 것과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공위성 발사계획을 연기하는등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구상공 3만6천km 정지궤도에 무궁화위성을 쏘아올린 한국통신은
위성보유 국가의 기관들과 수시로 정보를 교환, 유성우가 출현하는 정확한
시간을 예측키로 했다.

또 유성우의 방향도 정확히 예측, 피해 가능성이 큰 큰 태양전지판의
방향을 조정키로 했다.

인공위성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이용한 위치정보시스템인 GPS등에도
악영향을 줘 그 피해규모는 꽤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11월1일부터 인공위성을 이용한 이리듐 이동전화 서비스를
개시하는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서비스를 위한 66개의 위성이 저궤도인 7백80km 상공을 돌고 있어
유성체가 이 지점에 내려올때면 대부분 타서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설령 충돌이 되더라도 6개의 예비위성이 있는데다
위성끼리 백업하는 기능이 있어 이동전화 서비스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쇼는 또 과학적인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유성관측과 생명기원에 대한 연구등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기지에서 2대의 첨단비행기(일렉트라, 피스타)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일렉트라는 일본 NHK가 제공한 HD(고선명)TV카메라를 싣고 전세계에
우주쇼를 생중계하는 임무도 맡았다.

피스타는 유성체가 대기권 통과시 어떤 종류의 분자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피게 된다.

이는 생명탄생의 기원을 풀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우주에서 날아온 유성체에 포함된 유기체가 생명의 기원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우주쇼로 인해 종말론자들이 득세할 것을 점치는 사회학자들도 있다.

실제 시간당 20만개의 유성이 쏟아지는 우주쇼가 연출됐던 지난
1833년에는 이 때문에 큰 혼란이 야기 됐었다.

많은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세상의 종말이 온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 우주쇼를 보려면 =조명이 적은 시골처럼 어두워야 하며 밤보다는
새벽이좋다.

템펠-터틀혜성의 부스러기가 지구 공전 방향과 반대편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들 유성체는 지구가 공전할때 앞면(새벽이 되는 곳)에서 부딪히게
된다.

올해의 경우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 동아시아 지역이 그곳이다.

이 지역에서 11월18일 새벽 4시께 동쪽하늘을 바라 보면 멋진 우주쇼를
관람할수 있다.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북극성 반대편에 사자자리가 있는데 사자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뒤집어진 "?"와 같은 모양으로 배열된 별들 사이에서
유성우가 등장한다.

유성우는 비가 내리듯이 평행하게 떨어지지만 한점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것처럼 보인다.

평행한 철로 한가운데서 철로 끝을 바라다 보면 멀리 한지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성을 보는데 망원경은 필요 없다.

편안한 의자와 담요, 그리고 도심에 멀리 떨어진 탁트인 장소만 확보
하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관람을 할수 있다.

물론 날씨가 맑아야한다.

천문대는 사자자리 유성우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11월2일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주소는 http://hanul.issa.re.kr/~knkim/leonids.html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