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후 첫 국정감사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내달 11일까지 총
3백29개 정부기관 및 산하단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국감은 여야간 정권교체 이후 처음이자 경제비상사태 이후 첫 국감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과 의미가 크다. 당연히 이번 국감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미래를 위한 건설적 정책제안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판의 기류로 볼 때 이번에도 부실국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국회의 장기공전으로 의원들이 국정자료를 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뒤바뀐 역할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여기에 정치인 사정,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혐의,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등 굵직굵직한 정치쟁점들이 불거져 자칫 국감이 본래
기능을 상실해버릴 우려가 있다. 어느때보다 정치권 전체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분야가 이번 국감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중요한 사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가 국제
통화기금(IMF) 관리하에 들어가고 나서 처음 실시되는 국감인 만큼 당연히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짚어보고 현정부의 처방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정치판 상황으로는 처음부터 단단한 각오가 없다면
이번 국감도 "비자금 태풍"에 국감자체가 휩쓸려 날아간 꼴이 되었던 작년
국감의 재판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보통 때라면 어느정도의 정치공방이
허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럴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여야의원,
수감기관 모두가 국가경제위기의 탈출구 마련이라는 지상과제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또한가지 강조해야 할 점은 국감에도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에 책정된 국감활동비는 13억여원에 불과하지만 국회의원
출장비 자료수집비, 동원된 공무원들의 월급 등을 합치면 국감에 들어가는
공적인 비용이 한해 6백여억원이나 된다는 학계의 조사보고서도 있다.
여기에 각 부처에서 음성적으로 사용하는 접대비 등을 합치면 실로 엄청난
돈이 국감이란 연례행사로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비용을 쓰면서도 그동안 국감이 얻어낸 것은 무엇인지 진지
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 오히려 각종 비리를 조장하고 행정마비를 야기
하는 등 부작용만 낳지 않았는지 자문해볼 시점이다. 올해에도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가 5만건이 넘고 정부는 그것을 대느라 평상업무는 제쳐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처럼 궤도를 벗어나 정치공방으로 날이 새는 국감이라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만 초래해 "국감무용론"을 확산시킬 뿐이다. 올해부터는 국감
활동도 거품을 빼고 본래의 기능만으로 절제돼야 하며 생산성과 효율성
위주로 재편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