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한국경제
구조조정 국제세미나"가 22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스타인 클라슨 세계은행 (IBRD) 금융국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이라 리벌만 세계은행 민간부문개발국 국장이 각각 "한국의 금융개혁"과
"한국의 기업개혁"이란 논제로 주제발표에 나섰다.

클라슨씨는 "한국기업의 40%는 재무구조가 너무 취약해 사실상 파산이나
다름없는 ''기술적 파산상태''에 처해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리벌만 국장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내년말까지 2백%밑으로
낮추는 것은 자산매각이나 외국인투자유치 등 평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선 부채탕감 등 특단의 대책이 동원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존 도스워스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 김기환 대외경제협력
특별대사, 정운찬.조동성 서울대학교 교수,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국내외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가해 한국경제 구조조정과정을 평가
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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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 클라슨 <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

한국정부는 금융부문에서 그동안 많은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올해초 10여개의 부실 종금사를 폐쇄한데 이어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을 국유화했다.

나머지 은행들에게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8%)의 적용이
요구됐다.

한편 금융권 감독기구들을 통합해 금융감독원을 설립, 은행과 기업의 구조
조정 작업을 전담하게 하는 동시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한국 금융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부실채권 규모와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의 밀접한 상관관계 및 신용경색 가능성 등이다.

<> 부실채권 처리 =한국정부에 따르면 올해말 금융권 부실채권 규모는
1백조~1백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연구기관들은 연말 국민총생산 대비 부실채권 비율을 30%, 심지어
50%로 추정하고 있다.

이정도 규모의 부실채권을 해소하려면 국민총생산의 30~35%인 1백25조~
1백50조원에 달하는 정부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지원형태가 주로 국채발행을 통해 이루어질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국민총생산 대비 10.7%에 머물고 있는 재정적자는 35%로 급증할 것이다.

한국기업들중 40%정도가 기술적 파산상태에 직면, 기업부실이 금융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

다행히 한국은 매우 낮은 재정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총생산 대비 35%의 재정적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54%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 정도 적자가 거시경제에 큰 무리를 주진 않을 것이다.

국채발행에 따르는 이자도 부담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 금융부문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의 상관관계 =현재 기업의 구조조정은
은행주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없이 시장자율에 의한 구조조정을 뜻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기업부채 문제가 해소되기전에 은행들의 자본확충(recapitalization)
이 단행된다면 은행들이 잠재부실채권 문제로 다시 부실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 은행들의 능력이나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확충되지
않는 한 은행들이 대기업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은행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구조조정에 투입될 수 있는 직접금융이 한정되어 있는 지금 기존
기업소유자 및 경영자를 대체할 수 있는 주체를 민간부문에서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일정한 정부지분을 가지나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투자펀드를 설립,
부실채권을 전문적으로 인수해 부실기업경영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이를통해 금융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정부가 직접적인 기업소유주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주식을 나누어 주거나 공익을 대변하는 특정
신탁기관에 운영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이같은 방법은 금융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위험을 분산시킬 것이다.

<> 신용경색의 가능성 =신용경색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다.

올들어 국내 대출은 9%의 성장률에 그쳐 97년의 21%에 비해 현저히 줄어
들고 있다.

기업의 신용상실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열악한 대출상환조건 등을
고려하면 부분적으로는 신용경색이 존재할 수 있으나 현재 통화부족으로
인한 신용경색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신용경색 현상은 통화부족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대출감소는 위축된 투자의욕과 불확실한 경제전망에 따른 수요부족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일 수 있는 거시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또 높은 이자는 통화부족 탓이 아니라 기업부문의 위험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