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이 일본의 부동산 구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22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뽑은 이 제목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한때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일본기업에 매각하는 등 자존심마저 버려야
했던 미국기업들이 오히려 일본 부동산 매입에 나선 역전현상을 극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이는 또 일본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의미하기도 한다.

경제위기와 환란은 이처럼 지구촌의 경제기상도를 바꿔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측불허의 흐림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경제나 부동산시장을 그나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일본 멕시코
미국 등 우리보다 한발앞서 경제위기에 직면했건, 겪었던 나라들의
동향이다.

일본의 경제침체 전후의 부동산 움직임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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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가격은 버블경제 붕괴이후 줄기차게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미국을 사고도 남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부풀었던 일본
부동산값은 이제 거품이 빠지면서 심한 경우 한창 때의 30%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일본 국토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올해 일본의 전국 공시지가(7월1일
현재)는 작년보다 2.2% 내려갔다.

주택용지는 1.4%, 상업용지는 5.2%씩 각각 떨어졌다.

7년 연속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작년 공시지가 하락률은 1.6%(주택용지 0.7%, 상업용지 5.1%)였다.

특히 도쿄지역은 지난 83년의 땅값을 100으로 할 경우 상업지의 기준지가가
100.6으로 나타나 버블경제 이전인 15년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일본경제 전체에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인의 보유재산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은 투자여력을 상실하고,
금융권은 불량채권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지난 87년 이후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평균 1억3천만원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

일본채권신용은행의 구단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87~95년까지 도쿄
일대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37만가구의 아파트 평가액은 평균 1천3백60만엔
씩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엔화와 원화의 환율을 1백엔당 1천원으로 잡을 경우 1억3천6백만원에
해당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땅은 사두기만 하면 남는다"는 부동산 신화가 유행하던 시절 일본 기업들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부동산을 사들였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서 부동산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돌변했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토지가 원금을 밑돌거나 은행의 담보가격에도 미달해
차압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기업자산은 볼품없이 줄어들고,경기부진으로 본업마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금융권 역시 부동산 가격붕괴로 엄청난 궁지에 몰려있다.

담보가격을 밑도는 부실채권이 수십조엔이나 누적돼 경영기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주택금융회사나 일부 지방은행은 물론 심지어 시중은행까지도 파산이라는
최후를 맞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