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발굴돼 학계의 높은 관심을 끌었던 공주 정지산 유적의 성격을
놓고 학자들간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유적이 백제의 제사유적이라는 설과 일종의 방호시설이라는 설 등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열린 "정지산유적의 성격"학술세미나는 이같은
학계의 동향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한상씨(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공주 정지산유적의 편년과 성격"
이란 주제논문을 통해 정지산유적에서는 기대나 삼족배토제등잔 등 제사관련
유물이 많이 출토된 만큼 제사유적으로 해석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물지에서 적심과 주춧돌이 없는 특이한 구조의 기둥구멍이 확인됐는
데 이 구조는 일본에서 많이 발견된 제사관련 건물유적과 비슷하다고 설명
했다.

그는 따라서 이 유적이 국가차원의 제의를 치르기위해 만든 국가시설이며
특히 왕이나 왕비의 가매장을 위한 빈전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권오영교수(한신대)도 "정지산유적과 백제의 상장의례"라는 논문을 통해
정지산유적은 수서 등 문헌에 나오고 있는 빈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이남석교수(공주대)는 "정지산유적의 성격에 대한 검토"라는 논문에서
제의가 국가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적어도 당의 최고의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기물이 사용되었을 것이나 정지산유적 출토유물에서는이를 반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지산유적이 자리잡은 곳이 제사시설과 같은 성소로 적합하지 않은
만큼 이 유적을 제사지로 확대 해석하는 무리이며 국방시설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