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는 크게 내셔널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로 나뉜다.

내셔널 브랜드는 자본력을 가진 대형 업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매출액이나
매장수 등 외형을 중시한다.

우리가 흔히 입는 기성복의 대부분이 내셔널 브랜드에 속한다.

반면 디자이너 브랜드는 소수의 매장을 중심으로 디자이너 개인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브랜드다.

실용성뿐 아니라 디자이너의 감각과 취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옷이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옷 하나하나를 작품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내셔널 브랜드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과거에는 양장점에서 일을 배우다가 명동이나 강남에 자신의 매장을
여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셔널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은후 독립하는 추세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의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그 1차적 원인은 IMF충격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함께 수입 브랜드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국내 패션업계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구매자들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디자이너에 대한 애정 없이는 패션 선진국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얘기다.

디자이너 브랜드로 시작했다가 내셔널 브랜드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공주풍 옷의 대유행을 일으킨 "오브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브제"는 디자이너 강진영씨가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후 "이상봉"
"이정석" 등에서 2년동안 일하다 93년 서울 신사동에 첫 매장을 연 디자이너
브랜드였다.

여성스러움과 파격의 미를 함께 추구한 오브제는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전국 30개의 매장에 연매출이 3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이젠 내셔널 브랜드로 편입된 것이다.

내셔널 브랜드가 되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옷을 입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험성이나 예술성을 상당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