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상품의 얼굴이다.

기업들이 상표를 만들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상품에 차별화된 힘과 이미지를 실어주기 위함이다.

일본 소니사의 창업자중 한사람이자 고성장신화 창조의 주역이었던
모리타 아키오 전회장은 "브랜드야말로 기업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어서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상표나 회사명은 단순하게 고안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혼과
책임감이 배어 있기 때문에 유명상표는 제품의 질도 함께 보장되는 것"이라며
브랜드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강조하곤 했다.

소니는 이름값을 지키기 위해 무명 중소기업시절부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스위스 불로바시계로부터 총자본의 수배에 해당하는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대량주문을 받았을 때도 소니가 얼굴없는 수출을 거부하며 고유브랜드에
의한 판매를 고집한 것은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일화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소니는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 명성에서도
세계시장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영국의 브랜드관련 전문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사는 소니의
브랜드가치를 97년말 기준 1백45억달러로 평가, 전세계브랜드중 6위,
전자.음향기기 업체중 1위로 올려놓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상품들의 브랜드 인지도,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액수로 환산한 것은 아니지만 금강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는 브랜드로열티,
품질, 조직, 인지도, 개성, 가격, 리더십 등 8개의 하부속성으로 분리한
브랜드자산가치 측정지수 DBPI(Diamond Brand Power Index)를 97년 개발,
브랜드자산을 조사했다.

DBPI에 포함된 브랜드는 자동차, 고가시계, 맥주, 샴푸, 두통약, 치약및
패스트푸드 등 국내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7개 제품군의 1백3가지 제품.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 및 외국산상품을 모두 망라해 실시된 이 조사의
대상 브랜드중 1위는 542.4를 얻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승용차가 차지했으며
벤츠(527.3) 롤렉스시계(524.1) 쏘나타승용차(521.1) 하이트맥주(515.3)의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시장에서야 물론 다국적 초일류기업의 일등상품들이 높은 브랜드가치를
갖고 있겠지만 국내시장에서만은 토종브랜드들도 이에 못지 않은 저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한편 중앙리서치가 올 상반기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브랜드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은 휴대전화인 삼성애니콜로 무려 3천2백78억원의
상표값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애니콜은 세계적 상표전문가인 미국 스탠퍼드대의 시누 스리니바산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4억달러선(약 5천2백억원)의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의 비커스그룹이 최근 롤스로이스자동차의 상표권을 독일
BMW에 넘길 때 받아낸 6천6백30만달러의 거의 7배에 해당되는 것이다.

승용차 부문에선 1위인 현대 쏘나타가 2천8백26억원의 브랜드가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우 레간자가 1천7백22억원, 현대 아반떼가
1천5백96억원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

고가의 내구소비재보다 브랜드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인식된
저가 소비재에서는 하이트맥주가 1천13억원, 패스트푸드인 롯데리아가
4백10억원, 농심의 신라면이 2백85억원의 상표값을 인정받았다.

브랜드자산의 중요성과 관련, 오창호 한신대교수(경영학)는"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기업이미지 자산은 신뢰와 보증의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황기와 같은 어려운 때일수록 대표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마케팅경쟁에서 기업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