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디다스와 나이키엔 지난 여름
프랑스 월드컵대회가 또다른 전쟁터였다.

전쟁의 목표는 전세계 축구팬의 머리속에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하나라도
더 심는 것.

이들은 수천만달러를 쏟아부어가며 수만명의 자원봉사자와 진행요원에
자사 로고가 박힌 옷을 입히고 공식 공을 공급하며 참가팀을 후원했다.

싸움의 승패는 아디다스가 후원한 프랑스 대표팀이 나이키가 민 브라질팀을
꺾고 우승함으로써 아디다스의 승리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요즘 아디다스가 상승 기세인 반면 나이키는 하락추세인 것은
프랑스전이 남긴 결과로 분석한다.

아디다스나 나이키처럼 프랑스 월드컵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한 기업이 많다.

코카콜라 후지필름 질레트 캐논 필립스 맥도널드 마스터카드 등 각 분야
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다.

이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월드컵을 후원한 이유는 단 한가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브랜드는 곧 기업 매출이자 수익이며 생존의 길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인터브랜드의 도요스미 이사는 "요즘처럼 소비부진
상황에선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기업경영의 중요요소"라고
지적했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나타내주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일본 오디오업체 켄우드의 원래 회사및 브랜드 이름은 "트리오"였다.

트리오는 음악전문가용 오디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일반 가정용 오디오시장이 급격히 늘어나던 60~70년대 이같은 브랜드
이미지는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으며 회사는 실적악화에 시달려야
했다.

트리오가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은 60년대초 미국에 진출하면서 만든
"켄우드" 브랜드를 86년 전제품에 채용하면서부터다.

신규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카오디오는 켄우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으며 회사는 극적으로 회생했다.

일본의 가전업체 아이와도 91년 회사 로고마크를 영문 대문자에서 소문자로
바꿔 "보급형 전자제품 1위"라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선 만년 2위였던 조선맥주가 회사 이름을 감추고 "하이트" 브랜드로
OB맥주를 제치는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조선맥주는 아예 회사이름을 (주)하이트맥주로 바꿔 버렸다.

한번 소비자 머리속에 박힌 브랜드는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이를 "기억 사다리"로 설명한다.

사람 머리속은 제품별로 기억 사다리를 갖고 있으며 사다리 맨위에 위치한
1~2등 브랜드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보통 콜라 하면 코카콜라, 향수는 샤넬, 소주는 진로소주, 컴퓨터는 IBM을
떠올리게 된다.

당연히 구매할때도 사다리 맨위에 위치한 이들 브랜드를 찾게 된다.

소비자들은 일등제품을 사는게 아니라 일등 브랜드를 산다.

따라서 후발제품이 아무리 좋은 기술로 만들어졌어도 브랜드 순위는
어지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어떤 업종에서든 1~2등 브랜드가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우리 머리의 기억 사다리 구조 때문이다.

"사업부별로 세계 1등 혹은 2등을 하지 못하면 철수한다"는 잭 웰치 GE
회장의 경영이 돋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브랜드는 제품의 일부분이 아니라 제품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이다.

어떤 제품을 언급할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그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다.

기업들이 광고와 심벌.로고제작에 매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자사
브랜드를 기억 사다리 꼭대기로 올리기 위해서다.

코카콜라 맥도널드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브랜드 자산가치만도 수백억달러가
넘는다.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이다.

톱 브랜드를 만드는 것, 그것만이 국내기업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 특별취재팀 : 이희주 차장(팀장)
박주병 윤진식 강현철 노혜령 권영설 기자(산업1부)
노웅 차장 김낙훈 오광진 김용준 정한영 기자(산업2부)
서명림 김광현 김도경 기자(유통부)
김경수 김재일 이영훈 박성완 박해영 기자(문화레저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