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낭만에 대하여 .. 김인주 <한국종합금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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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정 삼거리에서 북악 터널 방향으로 우회전 하면 복개 안된 개천가 좁은
도로변에 "소설"이라는 카페가 있다.
천으로 덮은 오래된 소파에 기대어 통유리 창문을 통하여 밖을 본다.
자동차 불빛이 빗줄기 사이로 가라앉은 실내 분위기에 명암을 드리우면
"I can''t stop loving you"의 고음 중창이 드라이 플라우어의 앙상한
가지가지를 감싼다.
그 노래는 30년 전에도 들었다.
종로 5가 이화동 이화다방에서, 그리고 효재 국민학교 옆 고란초, 막거리가
있고 소주가 있고, 어느날은 도라지 위스키도 있는 집, 대학 2학년 때
군대를 갔었고 35개월 근무하고 복학한 친구들, 이름하여 군대의 색깔을 따
이름지은 녹우회 친구들.
무척이나 막거리를 즐겨했고 주머니 사정이 허하면 합성 위스키를 즐겼던
젊음이었다.
어느 늦가을 노동법학회 회식이 끝난 후 친구들은 크게 다투었고 화해를
위한 2차는 "고란초"에서 밤이 깊었고 새벽이 와도 끝날 줄 몰랐다.
어이하리 그 하룻밤이 3박4일의 긴 여정이 되었으니 무전취식성 통음에
학생들을 걱정해 주던 그 인자한 지금 우리 나이의 아주머니는 지금도 같은
하늘 아래 계신지 30년 세월이 무상하다.
서편제 도입 부문 사설소리 때문에 30년 회상에서 깨어나면 그때 가슴 지금
가슴 똑같이 뜨거운데 창에 비치는 모습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준다.
가을바람이 좋은 밤, 친구와 같이 오면 실직한 친구 걱정을 하고 아내와
같이 하면 유학 간 막내딸 걱정, 회사 동료와 같이 오면 구조조정 얘기,
회사 비젼을 논하고, 입담 좋고 논리 정연한 후배 기자와 같이 오면 꼬이기만
하는 정치 얘기며, IMF의 정책 실수를 비판하곤 한다.
"세검정에서 마음의 칼을 씻고 허허롭게 달을 쳐다보다가 소설 속 같은
소설을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촛불보다 먼저 흔들리는 여인, 사루비아 꽃보다 붉게
타는 가슴으로 안개 속에 싸여 있다.
한잔 맥주에 비발디의 사계가 출렁인다.
사계절 그 위로 철새 한 마리 훨훨 날아간다"
어느 방랑시인의 헌시가 표구되어 벽에 걸려있다.
취기가 더해지면 시 귀절 귀절이 더욱 친숙해 지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밤이 좋다.
그러나 다시 세월이 휑하니 흐르고 난 뒤 그 때 도 어느 카페 창가에 앉아
함박눈의 정겨움은 있겠지만 어려운 고통의 이 시절을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회상할 수 있을지?
오늘 30년전을 회상하듯이.
< ijkim@kmbc.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
도로변에 "소설"이라는 카페가 있다.
천으로 덮은 오래된 소파에 기대어 통유리 창문을 통하여 밖을 본다.
자동차 불빛이 빗줄기 사이로 가라앉은 실내 분위기에 명암을 드리우면
"I can''t stop loving you"의 고음 중창이 드라이 플라우어의 앙상한
가지가지를 감싼다.
그 노래는 30년 전에도 들었다.
종로 5가 이화동 이화다방에서, 그리고 효재 국민학교 옆 고란초, 막거리가
있고 소주가 있고, 어느날은 도라지 위스키도 있는 집, 대학 2학년 때
군대를 갔었고 35개월 근무하고 복학한 친구들, 이름하여 군대의 색깔을 따
이름지은 녹우회 친구들.
무척이나 막거리를 즐겨했고 주머니 사정이 허하면 합성 위스키를 즐겼던
젊음이었다.
어느 늦가을 노동법학회 회식이 끝난 후 친구들은 크게 다투었고 화해를
위한 2차는 "고란초"에서 밤이 깊었고 새벽이 와도 끝날 줄 몰랐다.
어이하리 그 하룻밤이 3박4일의 긴 여정이 되었으니 무전취식성 통음에
학생들을 걱정해 주던 그 인자한 지금 우리 나이의 아주머니는 지금도 같은
하늘 아래 계신지 30년 세월이 무상하다.
서편제 도입 부문 사설소리 때문에 30년 회상에서 깨어나면 그때 가슴 지금
가슴 똑같이 뜨거운데 창에 비치는 모습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준다.
가을바람이 좋은 밤, 친구와 같이 오면 실직한 친구 걱정을 하고 아내와
같이 하면 유학 간 막내딸 걱정, 회사 동료와 같이 오면 구조조정 얘기,
회사 비젼을 논하고, 입담 좋고 논리 정연한 후배 기자와 같이 오면 꼬이기만
하는 정치 얘기며, IMF의 정책 실수를 비판하곤 한다.
"세검정에서 마음의 칼을 씻고 허허롭게 달을 쳐다보다가 소설 속 같은
소설을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촛불보다 먼저 흔들리는 여인, 사루비아 꽃보다 붉게
타는 가슴으로 안개 속에 싸여 있다.
한잔 맥주에 비발디의 사계가 출렁인다.
사계절 그 위로 철새 한 마리 훨훨 날아간다"
어느 방랑시인의 헌시가 표구되어 벽에 걸려있다.
취기가 더해지면 시 귀절 귀절이 더욱 친숙해 지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밤이 좋다.
그러나 다시 세월이 휑하니 흐르고 난 뒤 그 때 도 어느 카페 창가에 앉아
함박눈의 정겨움은 있겠지만 어려운 고통의 이 시절을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회상할 수 있을지?
오늘 30년전을 회상하듯이.
< ijkim@kmbc.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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