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호 < 한국유통정책 연구원장 >

백화점은 물론 재래시장, 동네 슈퍼마켓 등이 한가롭다.

손님수도 줄었지만 구매금액도 작아지고 있다.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을 찾는 지방상인들도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E마트 월마트 까르푸 등 대형할인점 매장은 크게 붐비고
있다.

때문에 많은 유통업체들이 저가격지향의 업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유통구조 혁신이 진전돼 가는 과정에 IMF체제라는 요인이
가중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제 유통업은 입지중심에서 소비자를 위해 상품구매를 대신하는 "소비자
대리인기능"을 충족시켜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가 핵심 성공요인이다.

정보에 기반을 둔 유통업 경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점포내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과 브랜드를
데이터로 뽑아내 이를 바탕으로 상품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유통업태, 또는 업체가 살아남느냐는 어떻게 소비자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 정보를 적절히 이용하느냐에 달렸다.

최근 한국마크로를 인수,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든 미국의 월마트를
국내 업체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 유통혁명 시점에 서있는 국내 업체들은 어떠한 대응전략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먼저 유통업자의 경우 현재의 유통혁명에 대한 이해와 상황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 다음에 경쟁환경분석과 내부분석을 해야 한다.

고객들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구매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 월마트 등
외국계 유통업체가 경쟁상대라는 점, 데이터베이스 등 정보화 기반이 핵심
성공요인이라는 점, 그리고 머천다이징 점포운영 인력 재무회계 등에서
드러난 자신의 강.약점이 기회와 위기에 직결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것들
이다.

중소 유통업체의 경우 조직화나 협업화에 의한 규모경제 실현과 지역밀착형
경영이 최우선 과제다.

외국의 IGA나 스파와 같은 세계적인 중소유통체인시스템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유통시장을 주도해 왔던 제조업체는 기존 유통경로를 고수하기보다
유통업체와의 관계를 "플러스 섬(Plus Sum)"게임으로 보고 제조와 유통의
협력적 제휴를 강화해야 한다.

중소제조업체는 유통업체와 브랜드를 공동개발하거나 외국 대형 유통업체의
구매전략에 부응하여 그들의 세계적 판매망을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정부도 유통부문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생산과 소비부문간에 상품 및 정보 순환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 ganarikr@h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