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기업경영의 큰흐름이 공급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물자가 부족하고 수요가 넉넉했던 시절에는 만들면 그럭저럭
팔리는게 장사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전세계경제가 초과공급과 수요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제 상인이 물건을 파는게 아니라 고객이 물건을 사는 시대가 됐다.

고객만족이나 서비스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기업들도 이런 흐름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서비스혁신
고객만족이란 경영목표를 내세워 오늘날 초호황경제의 기초를 다졌다.

시간이란 자산을 고객서비스향상에 이용한 기업이 택배회사인 미국의
페더럴익스프레스(페덱스)다.

페더럴익스프레스사는 "24시간내 배달"을 고객과의 약속으로 내세우고
있다.

만약 페덱스를 이용해서 24시간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그들은 반드시
변상을 한다.

지난 7월 홍콩공항이 전산시스템문제로 온통 마비증상을 보일때도
페덱스는 이 약속을 지켰다.

고객은 그래서 페덱스에 맡기면 믿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건 창업자 프레드릭 스미스의 C학점짜리 경제학논문
때문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자전거바퀴의 중심축과 살을 나타내는 허브앤스포크
(herb&spoke)시스템을 만들었다.

미국 어느지역에서 보내든 일단 중심축지역으로 배달을해 온뒤 이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게 각 지역간에 직접 배달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
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런 하드웨어에 소비자입장에서 서비스만족정도를 하나씩 점검하는
서비스 품질지수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제 날짜에 도착했는지, 날짜는 맞추었어도 시간에 제대로 댔는지, 화물에
손상이 있는지, 고객의 불평이 있었는지를 점수로 계산해 내는 내부통제
시스템이었다.

서비스혁신을 얘기할때 늘 등장하는 또다른 기업이 제록스다.

제록스는 복사기의 선두기업이었는데도 독점적지위에 자만하다 그만
일본기업들에 시장을 내주고 만다.

그래서 다시 일본기업들을 배우기 시작했고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품질이 무엇인지를 알게된다.

모르면 경쟁자한테서도 배우는 것이다.

여기서 벤치마킹이란 경영학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벤치마킹도 결국은 고객만족서비스를 위한 경영혁신기법에 다름아니라는
얘기다.

국내기업들도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혁신에 나서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주문후 30분내 배달"을 모토로 내세웠다.

피자맛에 큰 차이가 있을수 없고 가격을 내리는데도 한계에 부딪치자
서비스로 승부수를 걸었다.

피자를 빨리먹고 싶은 고객욕구를 잘 간파한 것이었다.

30분내 배달은 주방에서 피자판을 만드는 요리사들의 공간을 종전보다
넓혀야 가능했다.

좀더 많은 오토바이도 필요했다.

이들 서비스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고객만족 서비스향상이 기업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좋은 서비스는 경영혁신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서비스를 그저 일본식 친절서비스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문제가 서비스다.

시간과 돈을 내서 내 물건을 사는 고객에게 내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다.

친절은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고객만족경영이 기업경영구조를 뜯어고치는 경영혁신과 관련되다보니
서비스는 결국 사장의 비즈니스가 된다.

국내에 서비스로 유명한 기업들은 부장급인 서비스팀장위에는 중간보고
라인이 없다.

서비스팀장 바로 위에는 사장이 있다.

삼성에버랜드나 대우다이너스카드사는 고객만족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장의 보고라인은 바로 사장이다.

직원들에게 친절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봐야 소용이 없다.

서비스에 관해서 최일선직원은 사장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혁신기업의 또다른 공통점은 철저한 고객지향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고객이 왕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마케팅교수가 있었는데 어느 기업에서 큰 돈을 들여
매출확대를 위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 유명교수는 몇개월간 뜸을 들인뒤 노트한권의 보고서를 주었다.

그 노트에는 아무런 글도 없고 중간쯤에 "고객에게 물어보시오"라고
쓰여있었다.

화가난 회사는 장난하느냐고 따졌지만 그 교수는 그이상의 컨설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고객을 얼마만큼 의식하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이냐라는
고민의 결과가 서비스다.

서비스의 내용은 업종마다 기업마다 다를수 있지만 고객에 대한 가치를
극대화한다는데는 변화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경영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서비스향상이나 고객만족을 위한 아이디어야 고객에게 물어보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과감한 혁신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 "고객"들이 드디어 "고객"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