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실물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상태에서 엔화 폭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오히려 세계경제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경제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미국의 수입감소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과 경쟁하는 아시아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미국의
수입수요가 둔화되고 일본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일본경기 악화 =엔화폭등으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나마 일본경제를 받쳐온 수출호황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다.

이를 반영, 엔화가 폭등한 지난주 내내 소니등 주요 수출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엔화 폭등세가 본격화된 지난 8,9일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연이틀 급락했다.

엔화폭등이 경제에 좋을게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함께 일본내수경기가 완전히 실종된 상태이기에 엔화상승이 가져올
아시아상품에 대한 수입확대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일본경제가 좋을때는 엔고가 곧 수입확대였다.

하지만 지금같은 장기불황에서는 이 효과를 내기가 힘들다.

<> 미국의 해외상품 구매력 감소 =달러당 1백10엔대나 그 이하의 달러
폭락세가 지속되면 미국의 해외구매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더구나 지난 8월부터의 증시침체등으로 미국인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폭락은 미국의 수입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수입감소는 아시아와 중남미등 경제위기국들의 경기회복을 지연
시키게 된다.

한국과 대만처처럼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엔화폭등에 따른 수출경쟁력제고로 수출확대를 기대할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둔화와 구매력감퇴 탓에 그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수입감소는 더 나아가 세계경제 위기를 심화시킬 수 도 있다.

달러폭락으로 독일등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유럽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된다.

이에따라 유럽의 경기둔화속도가 더 빨라질수 있다.

<> 아시아통화가치 상승 =경제위기에 처해 있는 아시아국가들에게 통화가치
상승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에게 통화가치상승은 수출경쟁력의 상실을 유발한다.

아시아 위기국은 수출에서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런데 달러폭락(엔화폭등)으로 달러화에 대한 이 지역의 통화가치가 올라
가면 수출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물론 통화가치 상승으로 금리를 인하할수 있는 여지는 생기긴 하지만
금리인하가 수출감소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

결국 엔화의 단기폭등은 세계금융시장의 혼란만 부채질할 뿐 세계경제에
좋을 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화는 이번주에도 달러당 1백10엔대의 폭등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달러화 보유물량을 다 처분하지 못한 헤지펀드들이 다시 달러화
자산을 대거 매도할 경우 엔화는 1백5엔선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