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 창간 34돌] 석학/전문가 진단 (1) 브루스 커밍스 교수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세계 국가의 절반이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

    2차대전이후 50년만에 닥친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 역시 사상초유의 난관을 겪고 있다.

    각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다른 국가에 짐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홀로 건재하던 미국 경제마저 거품이 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체와 금융기관 근로자들은 모두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위기는 또한 기회이기도 하다.

    살아남는 기업과 스러지는 기업,강대국과 약소국의 운명이 이 참에
    갈리고 세계의 역사는 다시 쓰여질 것이다.

    역사의 흐름과 경제의 맥을 제대로 짚고 앞서 나가는 그룹이 21세기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격변의 시기를 맞고도 위기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의견들이 뚜렷한 흐름으로 형성되지 못한채 산발적으로 제기될 뿐이다.

    또 국제적인 자금의 이동등 경제적 관점에서의 분석에만 의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국내외 석학과의 대담과 기고를
    통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각 분야의 석학들이 등장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

    [[[ 세계경제 ]]]

    그동안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과 처방을 경제적 틀에서 분석해 보려는 시도는
    많았다.

    그러나 이를 역사의 큰 흐름속에서 파악해 보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단순히 국제적인 자금의 흐름이나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서가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과 연관짓는 해석이다.

    한국 근대사에 관한 독보적인 권위자이자 세계적인 역사비평가인 시카고대
    학 역사학과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역사적인 관점에서 작금의 세계경제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됐고
    한국경제의 진로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들었다.

    그는 세계적 위기의 원인을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신개방주의의 역효과''를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장래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왔듯이 IMF 관리체제의 난관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로운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

    [ 만난 사람 = 양봉진 < 워싱턴 특파원 > ]

    - 전세계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역사학자로서 그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요.

    <> 커밍스 교수 =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글로벌 리더십(global leadership)"의 부재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세계정치는 불가피하게 미국 주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스스로는 이같은 국제여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국제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권력구조 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르윈스키 사건 같은 것이 그 대표적 증거입니다.

    미국 의회가 고립주의를 지향하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백이 조속히 메워지지 않는 한 세계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어려움도 따를 것입니다.

    - 많은 사람들은 최근의 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유사성이 있다고 보는지요.

    <> 커밍스 교수 = 일리 있는 우려입니다.

    30년대 대공황도 따지고 보면 글로벌 리더십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찰스 킨들버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30년대는 영국의 세계지배가 끝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받을 주자는 미국이었지만 미국은 그 역할을 떠맡는데 소극적
    이었습니다.

    이같은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이 세계적 공황을 미연에 막지 못한 요인
    이었다는 것이 킨들버거의 설명입니다.

    최근의 위기도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데 공감합니다.

    -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지도자들
    은 이구동성으로 새로운 금융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체제가 잘못됐다고 보는지요.

    <> 커밍스 교수 = IMF 개혁론으로 표현되는 이같은 세계지도자들의 우려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도 모호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IMF가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맡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제간의 이해를 조정한다는 것이 실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선진국들이 이자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단일통화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유럽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도 이자율을 내려야겠다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이미 발표된 것처럼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데 그쳤습니다.

    세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세계경제보다는 미국
    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떠맡고 있는 역할과 실제 수행하는 정책들이 일치하지
    않고 있는 대목입니다.

    국제적 역할과 국내적 의사결정의 차이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 하버드대학의 제프리 삭스나 조지 슐츠 교수 등은 IMF를 아예 폐지
    시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IMF의 구제금융이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으며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끌고간다는 것입니다.

    <> 커밍스 교수 = IMF가 러시아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은 아주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러시아 정부에 넘겨진 자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증발해
    버렸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시장경제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입니다.

    사실상 물물교환 경제(barter)나 다름없게 돼버린 것이 러시아 경제입니다.

    그러나 삭스 교수는 러시아의 시장경제 개혁에 참여했던 교수입니다.

    따라서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또 IMF가 만들어진 이래 50년간 하버드대학의 어느 누구도 그같은 주장을
    적극적으로 편 적이 없습니다.

    IMF의 자금지원 체제가 잘못된 것은 인정하지만 IMF의 기구와 정책노선을
    약간 수정한다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봅니다.

    - 미국 의회는 IMF에 대한 미국정부의 추가적인 출자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IMF가 먼저 개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이 IMF에 추가 출자해야 한다고 보는가요.

    <> 커밍스 교수 = 미국은 새로운 국제질서에 맞춰 최종 대부자로서의 의무
    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반드시 1백80억달러를 추가로 출자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에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는 아주 작은 조치가 될 것입니다.

    - IMF가 각국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이 그런 사례일 수 있습니다.

    IMF의 요구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난도 적지 않습니다.

    <> 커밍스 교수 = 러시아에 비하면 한국은 한참 앞서 가 있습니다.

    따라서 IMF의 개혁요구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재벌개혁 부패문제 정경유착등은 한국의 오래된 고질입니다.

    노태우 전두환 대통령은 부패문제 때문에 재판을 받고 감옥에까지
    갔었습니다.

    따라서 많은 한국민들은 IMF가 요구하고 있는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역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하루아침에 그동안의
    행동양식을 일소하라고 요구하는 IMF의 입장은 경직된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유시장경제 원칙은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
    하자는 것이지만 그것은 일부 준비되지 않은 참여자들에겐 고통일 수
    있습니다.

    -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독버섯처럼 전 세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타격을 받았고 이제는 미국의 안뜰이라는 중남미까지 위협
    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위기의 여파를 타기 시작하는 양상입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요.

    <> 커밍스 교수 =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위기의식은 "신개방주의
    (neoliberalism)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자유시장경제주의의 위기(crisis of free market)"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는 자유경쟁, 자유로운 진출입, 무국경시대를 지향해 왔지만 그 역효과
    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부작용을 다스려야 할 때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 "양떼(herd)현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같은 양떼현상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위기극복을 위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

    - 선진국 지도자들 사이엔 이미 "양떼 현상"이 주요의제로 부각됐고 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 커밍스 교수 = 앞서 언급한 신개방주의에 대한 회의론 대두와 이에 따른
    일부 노선 수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 것입니다.

    역사적인 시각에서 볼 때 어떤 모델이고 영원불변한 형태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모델은 없습니다.

    많은 경제모델이 등장했다가 후발 모델에 자리를 내주곤 합니다.

    중상주의(merchantilism) 산업주의(industrialism) 개발주의
    (developmentalism) 스탈리니즘(Stalinism) 등이 그들입니다.

    - 아시아 위기를 부른 배경에 이른바 "음모론(conspiracy)"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 커밍스 교수 =그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음모론이
    허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재무부의 로렌스 서머스 부장관과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한국문제를 해결하느라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반납해야 했습니다.

    개인과 가정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잊어야
    했다는 것은 유례없는 일입니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음모론은 설득력이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소스라쳐 놀란 양떼가 좁은 탈출구로 빠져 나가려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위기일 뿐입니다.

    - 미국 관료들이 음모를 꾸몄다는 뜻이 아닙니다.

    헤지펀드등 투기적 자금이 자신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불이 났다"고 소리쳐 위기를 촉발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뜻입니다.

    <> 커밍스 교수 =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음모설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중남미 지역이 위기에 처하자 미국은 상당히 신속하게 지원책을 마련
    했습니다.

    미국이 여타 지역과 달리 중남미에는 차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커밍스 교수 =남미는 오래전부터 시장경제 내지는 신개방주의 원칙에
    따라 경제시스템을 개혁해 왔습니다.

    따라서 남미의 와해는 미국이 주창해온 경제모델의 실패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반응이 달랐던 것도 그래서라고 봅니다.

    특히 롱텀 매니지먼트 캐피털(헤지펀드)에 구제금융이 주어진 이후 미국의
    반응은 사뭇 달라진 느낌입니다.

    - 한국전문가로서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요.

    <> 커밍스 교수 = 김정일은 군부와 당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통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통일이 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북한을 하나의 거대한 자치 지방(provincial autonomy)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남북문제를 푸는 전향적 자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몰락했기 때문입니다.

    - 최근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한국의 맥과 융합"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맥"은 무엇이며 "융합"은 어떤 것인가요.

    <> 커밍스 교수 = 한국인의 가장 두드러진 맥은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self determinism)"라고 봅니다.

    중국을 둘러싼 모든 민족이 흡수통합됐지만 조선왕조는 그대로 살아
    남았습니다.

    자주정신의 결과였습니다.

    3.1운동이 그랬고 IMF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 또한 그런 맥락에서
    발휘될 수 있을 것입니다.

    훌륭하게 극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골프 꿈나무는 어떻게 자랄까

      나는 또래보다 1년 빨리 프로로 전향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덕분에 그로부터 1년 뒤 만 17세가 되었을 때 선발전 없이 직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시드전에 참가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했다.아마추어 때 바라본 프로 무대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많은 분의 응원을 받는 프로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하지만 그 무대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성적, 인터뷰, 외모 등이 늘 평가 대상이 됐기 때문이었다. 성적에 대한 질타는 견딜 수 있었다. 나도 성적이 좋지 못한 건 싫었기에 더 노력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좀 다른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인터뷰에서 말을 너무 잘한다며 미움을 살 때도 있었다. 내 치마 길이는 항상 같았지만, 성적이 좋아지니 치마가 짧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프로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 소녀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관심이 힘들었다.나는 투어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대학교에서 은퇴 후의 길을 찾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생활과 투어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보통 목·금요일은 대회장에 있었기 때문에 수업은 월·화·수요일 3일 동안 몰아서 들어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야 연습할 시간이 생겼다. 힘든 스케줄이었지만 골프 성적은 더 좋아졌다. 오히려 대학 생활과 투어를 병행하면서 연습 기회가 생겼을 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골프에 질리지 않는 ‘균형’이 생겼다.체육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골프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역학을 통해 골프 스윙을 더 잘 이해

    2. 2

      [데스크 칼럼] '부동산 슈퍼사이클' 막으려면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10월 말 사상 최고가인 212달러를 기록한 뒤 5개월 가까이 100달러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질주하던 기술주 다수가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백을 메운 주식이 있다. 에너지·금속·광업 등 이른바 ‘구경제’ 주식이다. 프로포트맥모란, 리오틴토, 엑슨모빌 등은 작년 10월 말부터 20~50% 올랐다. 구리가 지난달 t당 1만4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금과 은, 구리, 알루미늄, 원유, 천연가스 등 온갖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는 덕분이다. 원자재 급등…구경제의 복수이를 ‘실물자산 부활’이라 부르든,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라 칭하든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본이 신경제(신기술)로 몰리는 사이 한동안 구경제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다. 투자 부족이 누적되는 사이 수요 충격이 생기면 장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70년 동안 나타난 두 차례의 대규모 자본지출 사이클 이후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뒤따른 건 우연이 아니다. 1960년대 ‘니프티 피프티’(대형주 중심 주가 상승세)가 지배했을 때 돈은 코카콜라, 맥도널드, IBM 등 브랜드를 가진 기업에 몰렸다. 그사이 구경제 투자는 소홀해졌고, 이어진 1968~1980년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다. 1990년대 중반 세계는 닷컴 붐에 빠졌고 모든 자본은 인터넷에 쏠렸다. 그리고 2002~2014년 원자재는 초호황을 누렸다.이번에도 비슷하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매그니피센트 7’으로 대표되는 기술주에 투자가 몰렸다. 이런 추세는 2022년 챗GPT 탄생과 함께 AI 붐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작년부터 원자재가 뛰고 있다. 칼라일은 이를 ‘구경제의 복수’라고

    3. 3

      [윤성민 칼럼] 이란·베네수엘라 사태 뒤의 세 미국 기업인

      미국·이란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때부터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은 2017년 말 이란 등 이슬람권의 극렬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다. 2018년에는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고, 2020년 1월에는 헤즈볼라·하마스의 핵심 배후인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트럼프 2기 들어선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벙커버스터 공격에 이어 이번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참수 작전까지 단행했다.과거처럼 중동 석유에 얽매여 있는 상태에서 호르무즈해협이 석유 수송의 ‘초크 포인트’였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사안들이다. 미국 자신감의 원천은 잘 아는 대로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완전 독립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중동 석유에 더 이상 엮이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 패권국 지위가 미국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미국 현대사는 곧 에너지 확보의 역사다. 미국이 에너지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1969년 콜로라도 핵폭발 사건이다. 그때도 셰일이라는 거대하고 단단한 암석층에 가스와 오일이 매장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를 뽑아낼 방법을 찾지 못하자 ‘핵폭발’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시도했다. 미국 원자력 위원회가 TNT 4만t급 폭발로 셰일층을 깨부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을 합한 것보다도 큰 규모다. 가스 채굴량은 현격히 늘었으나, 방사능 오염으로 상업화할 수 없게 돼 무용지물이었다.미국 정부도 손든 셰일 개발을 해낸 이들이 중소 석유개발 기업인이었다. ‘셰일의 아버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