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환 <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jhim@sun.kif.re.kr >

불과 몇주전만 하더라도 국제외환시장은 엔화 약세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추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지난 3월 달러당 1백20엔대를 기록했던 엔화환율이 4월에는 1백30엔대로,
다시 8월초에는 1백40엔대로 계속 상승해 시장분위기를 확인하는 듯했다.

그러나 10월이후 사태는 급변해 엔화환율은 단숨에 달러당 1백10엔대로
폭락, 시장참가자들을 당혹케하고 있다.

엔화가 마치 롤러코스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고 일부
외환전문가들은 엔화약세 전망은 수정돼야 한다고 발빠르게 태도를 바꾸기
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엔시세의 변동을 자세히 살표보면 엔화강세 전망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엔화환율은 향후 1~2개월동안 현재의 강세추세를 보일 것이지만 중.장기적
(향후 12개월 이내)으로 볼 때 1백50엔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보는 것은 첫째로 최근 엔화환율 움직임은 지나치게 높은 환율변동성
에 기인된 것이므로 이를 디스카운트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둘째로 일본 기초경제여건에 대한 전망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관적
으로 보기 때문이다.

1백50엔대의 전망은 이러한 주장에 근거해 현재의 적정 엔화환율 수준은
1백30엔 내외로 보며, 환율변동을 20%로 가정했을 때를 근거한 것이다.

엔화환율의 추세는 일본의 향후 경제상황과 정책입안자의 정책적 대응에
대한 외환 시장참여자의 인식(perception)에 좌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의 일본경기침체는 적어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다른 한편 미국경제는 활황국면에서 연착륙 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므로 미국경제 상황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접어드는 경우 경제성장률은 급격한 소비 및 투자수요
위축의 발생없이 이전보다는 낮은 경제성장률은 유지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세
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일본 경기침체는 장기간 지속됐고 또한 향후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예상됨을 감안할 때 재정지출의 확대를 통한 신축적 재정정책 수단으로
현재의 소비 및 투자위축상태를 단기간에 벗어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미국의 최근 금리인하조치에도 불구하고 향후 수반되는 미국의
적정 정책적 반응은 일본에 비해 긴축기조일 것이다.

이는 일본이 경기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신축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이 요구되는 반면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립적이거나 덜 신축적
정책기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미국 금리인하조치는 사실상 일본으로 하여금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제공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향후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금리가 추가적으로 인하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엔화환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현재 일본이 신용경색에 빠져있어 신축적 통화정책이 그 효력을 발휘하는
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엔화약세를 통한 수출증대가
단기적으로 현실적인 경기부양책일 것이다.

따라서 엔화약세는 단기적으로 위의 메커니즘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 신축적
금융정책은 일본 경제회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엔화강세가 일본의 경기회복시점을 지연시킬 것이며 이는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필요로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엔화환율의 펀더멘털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래의 엔화환율 약세를 전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라틴국을 포함한 신흥금융시장의 금융위기 여파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금융시장으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뤄진 것이다.

엔화강세는 일본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품목의 대외 가격
경쟁력을 제고시킴으로써 수출증대기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기여 효과는 일시적일 뿐만아니라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의 엔화강세기조는 일시적이라고 보는 데에 있다.

더욱이 엔화강세는 일본경제의 침체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상황하에서
일본의 수입구매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출증대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일본경제의 회복은 우리나라가 수출증대를 통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엔화환율 변화가 우리나라의 수출증대력에 기여하는 정도는 가격효과와
물량효과의 상충관계(trade-off)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후자가 전자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엔화강세는 우리나라 수출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