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천자칼럼] 추석의 그늘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추 볼이 붉어지고 밤송이가 벙글면 달밝은 중추가 된다"는 옛 속요가
    있다.

    지금도 햇밤이나 햇대추가 나오면 어김없이 추석은 찾아온다.

    정월 대보름이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이라면 추석은 풍년을 경축하고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하는 대축제다.

    채 익지 않은 벼를 잘라다가 하늘에 천신하는 제례를 호남에서는 "올계심리"
    영남에서는 "풋바심"이라고 불렀다.

    아직 농촌에서 행해지는 감사제의 하나로 남아 있다.

    햇곡식으로 정성껏 장만한 제수를 차려놓고 지내는 차례나 성묘도 같은
    성격을 띈 제례다.

    농부들에게 추석은 "5월 농부, 8월 신선"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풍성하고
    행복하기만한 날이었다.

    추석날은 햅쌀밥에 토란국을 먹었다.

    올 벼로 빚은 "오려송편"은 추석차례의 으뜸제수였다.

    무우나 호박을 켜켜이 넣은 시루떡, 파란 햇콩가루를 무친 인절미도
    만들었다.

    햅쌀로 신도주를 빚고 햇녹두로 청포묵을 쑤었다.

    박나물 토란단자 송이국 고자국은 추석의 별미로 꼽혔다.

    추석에는 마을마다 소먹이놀이 지신밟기 강강술래 씨름 소싸운 닭싸움
    가마싸움 활쏘기 등 놀이를 벌며 시끌법적하게 하루를 즐겼다.

    "더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나올만 하다.

    추석은 그대로 조상과 하늘의 축복이었다.

    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고 풍속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추석은 신라시대부터 끈질지게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민족의
    고유명절이다.

    예년처럼 올해도 추석연휴 귀성객의 대이동은 여전할 것이다.

    정녕 먹지않아도 배부를것 같은 명절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올해는 우리
    주위에 추석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아 안타깝기만 하다.

    연휴를 길거리에서 보내야 하는 노숙자들, 태풍 예니가 휩쓸고 간 피해지역
    농민과 수재민들, 그리고 수많은 실직자들에게는 이번 추석이 우울하고
    쓸쓸한 추억으로 길이 남을 것 같다.

    나라경제가 어려워지면 질수록 사람은 이악스러워져 가게 마련이라지만
    이들과도 명절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겠다.

    제사밥도 이웃과 나눠먹던 것이 우리의 정겨운 옛 풍속이 아니었던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ETF와 오컴의 면도날

      바야흐로 투자의 전성시대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은 주식과 부동산, 가상자산을 가리지 않고 가격을 끌어올렸다. 당시 투자 경험이 없던 사람들까지 시장에 뛰어들었고, 투자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몇 해가 흐른 지금, 또 한 번의 상승 국면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국내 주식시장이 주인공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새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코스피지수는 한때 6000선을 돌파했다.코로나19의 키워드가 ‘벼락거지’였다면 지금은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다. 증권사 리포트와 유튜브, 커뮤니티에는 연일 새로운 유망 종목과 투자 전략이 쏟아지고, 시장은 다시 한번 ‘이번엔 다르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하지만 투자의 역사는 언제나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기회가 늘어나, 투자 성과 또한 좋아졌을까. 복잡해진 시장 속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뜨거웠던 2025년의 국내 주식시장을 되돌아보자. 2025년 한 해 동안 코스피지수는 76% 상승했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952개 코스피 종목 중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 건 123개로 전체의 13%에 불과했고, 나머지 87%는 지수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무려 28%에 해당하는 270개 종목이 역사적 강세장에서 연간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투자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오히려 고전적인 지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오컴의 면도날’은 불필요한 가정을 덜어낸 가장 단순한 설명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

    2. 2

      [시론] 지속 가능한 돌봄, '대체'가 아닌 '공존'

      2025년,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시대다. 고령 인구는 올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전체의 4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오는 3월 27일부터 전국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시행한다.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평생 살던 집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재가(在家) 서비스 수요가 압도적이고 가족의 돌봄 부담이 임계점에 다다른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정책적 방향은 옳다.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7.2%가 희망 거주 형태로 ‘현재 집에서 계속 산다’를 선택했다. 심지어 건강이 악화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절반에 가까운 48.9%는 여전히 자택 거주를 원했다. 요양시설에 대한 거부감 역시 뚜렷해 돌봄과미래 재단 조사에서는 시설 입소를 원치 않는 비율이 58%에 달했다.그러나 정부 역할 확대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정책적 함정이 숨어 있다. 첫째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축효과’다. 재가 돌봄 영역에서 가족 간 비공식 돌봄은 여전히 중요한 근간을 이룬다. 이때 정교한 설계 없는 공식 돌봄 확대는 가족의 자발적 돌봄을 위축시켜 국가 재정만 폭발적으로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가족 돌봄을 무조건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재택 의료와 응급 돌봄을 강화해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자’가 돼야 한다. 보조금과 관련해서도 돌봄 수당이나 유연근무 보장 등 가족의 돌봄 유인이 저해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둘째

    3. 3

      [천자칼럼] '청년 일자리 큰 장' 삼성 공채 70년

      삼성그룹이 공개채용을 시작한 해는 1957년이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당시 삼성물산 채용에 1200명 넘게 몰렸고, 이 중 27명이 선발됐다. 혈연·지연 중심의 채용 관행이 일반적이던 시절 신문 광고를 통해 직원을 뽑겠다고 알린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기업의 흥망은 인재에게 달려 있다”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인재 철학에 따른 것이다.산업화와 함께 공채는 대기업이 인재를 확보하는 표준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정착됐다. 매년 수십만 명의 대학생이 취업 관문을 넘기 위해 각 기업 공채 시험에 도전했다.삼성은 공채 제도에 변화를 주면서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했다. 학력·성별·대학과 지역 차별도 없앴다. 1995년에는 ‘열린 채용’을 선언하며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시작했다. 암기 위주 시험을 ‘사고 능력’ 중심으로 뜯어고쳤다. “세계 최고 수준의 채용 도구를 만들어보라”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가 발단이었다. 2015년에는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 SSAT의 명칭을 글로벌삼성직무적성검사(GSAT)로 바꿨다. 2020년에는 온라인 GSAT를 시작했다.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고사장에 모이지 않고도 공정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원격 시스템을 마련했다.취업 시장의 기준 역할을 해온 삼성의 신입 사원 공채는 올해로 70년째다. 대부분 기업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지만, 삼성은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이 공채를 통해 뽑은 인원은 누적 약 50만~60만 명으로 추산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