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성빈혈치료제 ''에포카인 프리필드'' ]

오명석 < 중앙연 생명공학연구실 >

사람의 신장에서 만들어지는 에리스로포이에틴(적혈구생성인자.EPO)은
<>악성빈혈 <>만성신부전증 <>항암치료 <>류머티스성 빈혈 <>에이즈에 따른
빈혈 등으로 인해 수혈이 필요할 때 필요한 의약품이다.

이외에도 갈수록 적응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EPO는 EPO를 대량생산하는 유전자를 중국 햄스터(쥐의 일종)의 난소세포에
이식한 뒤 이 세포를 배지에서 키워 배지속에 들어있는 EPO를 정제해내는
과정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배지속에 여러가지 불순물이 섞여 있기 때문에 EPO만을 정제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연구에 착수한후 우여곡절 끝에 정제공정을 완성해 순도 99.99%의
EPO를 정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모든 테스트에서 요구되는 기준에 합격했으나 생체내 역가(약효를
나타내는 유효농도)만 기준에 미달됐다.

생체내에서 효능을 발휘하지 않으면 결국 약물로서는 무용지물이니 고민이
컸다.

오랜 연구끝에 우리는 EPO에 붙어있는 당의 구조가 역가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결국 해결책을 찾았다.

가장 힘들고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95년 12월의 일이다.

국립보건원이 EPO허가에 필요한 생물활성측정법의 기준 및 관련 데이터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이를 시행할 곳이 국내에는 한군데도 없었다.

미국 일본의 연구소에 연락했지만 이들은 선진제약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우리 정보만 누출될 것 같았다.

수소문 끝에 영국 런던에서 기차로 한시간쯤 떨어진 "포터스 바"라는
시골에 있는 "NISBC"연구소의 패트릭 스토링 박사가 그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측정법을 배우고 싶으니 연구원을 보내겠다고 청했다.

대답은 연수는 불가능하지만 측정장비를 보여줄 수 있고 우리가 알고 싶은
것에 관해 토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2월이라 출장비가 남아있을리 없었다.

추가예산을 받고 급히 항공편을 예약해 런던으로 향했다.

출장을 연기하면 영국의 크리스마스휴가가 끝나는 1월 중순께나 스토링
박사를 만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일이 늦어지기 시작해 걷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스토링박사를 만났다.

그는 모든 면에서 친절했다.

방법을 구두로 설명해줬으나 측정장비를 사진으로 찍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날 본 기억을 더듬어 필요한 장비를 자체 제작했고 결국 허가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수 있었다.

이같은 산고를 통해 제일제당은 EPO의 자체생산기술을 미국 암젠사와
제네틱인스티튜트사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했다.

EPO의 연간 세계시장규모는 18억달러이며 국내는 1백억원에 이른다.

우리가 개발한 "에포카인 프리필드"는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시장도 두드릴 것이다.

전량 고가수입품에 의존하던 EPO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게 된데다
외화획득의 길까지 열어 큰 보람을 느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