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이것이 나의 인생기록이다.

지난 80년 수산 전문대를 졸업한 나는 6년간의 외항선 생활로 제법 큰 돈을
모았다.

바다생활에 지치면서 뭍에서 사업해 볼 결심을 했다.

첫 출발은 화장품 사업이었다.

모 화장품 회사의 투자자 모집광고를 보고 공동주주로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10개월만에 투자금 5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사장이 배당 한푼 없이 판매대금을 모두 횡령한 탓이다.

두번째 손댄 것은 무역회사의 영업대행사업이었다.

발이 부르트도록 전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 역시 본사 부도로 물거품이 됐다.

두번의 잇단 실패로 빈털털이 신세가 됐다.

그러나 좌절하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섰다.

수중에 있던 60만원으로 사무실 한쪽을 월세로 얻어 수입침구류 판매대행
사업을 시작했다.

월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려주면 전국 총판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굳게 믿고
1년동안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그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전국에 40개의 영업망을 구축했다.

수입업체는 그러나 말을 뒤집고 직접 대리점과 거래를 시작했다.

또 한번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실의의 나날을 보내는 나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가까운 친척이 스크린 골프 연습기 수입사업을 추천한 것이다.

국내에 골프붐이 일어날 때여서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고액의 선금을 받은 판매업자가 자취를 감추는 바람
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계약금을 낸 고객들은 약속을 어겼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4천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하는 일마다 실패를 했으니 그냥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한강다리를 수없이 걸으며 강물속으로 뛰어들어 버릴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돌아오곤 했다.

이제 더이상 추락할 곳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이 창업컨설팅및 소자본 투자자문사업이었다.

계속 실패한 사람이 컨설팅회사를 차린다니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얘기를 예비창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이것이 적중했다.

뼈저린 경험에 바탕을 둔 자문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덕분에 1년만에 1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돈을 종자돈으로 지난해 치킨전문점 브레스헨(02-566-8753)을 창업했다.

브레스헨은 창업 1년여만에 15개의 가맹점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다.

네번의 실패와 값비싼 수업료는 성공의 밑천이 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