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란 단어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아트선재센터의 김선정씨가
TV 광고에서 큐레이터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등장했던 공로가 크다.

어렴풋이나마 "미술관에서 일하는 전문직"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으니 말이다.

사실 큐레이터를 똑 부러지게 규정짓기란 쉽지 않다.

큐레이터란 직종이 국내에 도입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개념이
불분명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미술 전문인"에 한정됐던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진 까닭이다.

심지어는 자그마한 사설화랑에서 차를 나르는 아가씨들까지 명함에
큐레이터란 직함을 박고다닐 정도다.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큐레이터란 "박물관 미술관 등의 관리자".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의로 큐레이터를 설명하긴 모자라다.

미술인구가 증가하고 장르도 세분화되면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더욱 확대
되고 있어서다.

미술관을 하드웨어, 작품을 소프트웨어라고 비유한다면 큐레이터는 이
두가지를 조화시켜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총괄적인 운영자다.

"전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큐레이터의 손길이 안미치는
부분이 없다.

아이디어 구상에서 작가 선정, 섭외, 홍보, 디스플레이, 오프닝 행사까지를
총체적으로 책임진다.

더불어 관람객들에 작품을 설명하거나 미술강좌를 개최하는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큐레이터들의 몫이다.

나아가 신인작가를 발굴, 작품을 판매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서구의 큐레이터가 소장품을 정리.분류하고 역사와 연결지어 연구하는
연구직으로서의 역할이 크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미술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5일자 ).